동문오피니언
류창현(67회) 논단/내 마음속 거울을 돌아보며(퍼온글)
본문
내 마음속 거울을 돌아보며
/류창현 객원논설위원
큰 절의 선원(禪院)에 들어서면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말이 쓰여져 있습니다. 직역을 하면 ‘신발을 벗을 때 자신의 신발을 벗어놓은 자리를 잘 살펴보라’는 뜻으로 유추해 보면 ‘현재의 자신이 처해 있는 자리를 잘 헤아려 행동하라’는 뜻입니다. 신발을 벗어놓을 때조차 제 자리에 제대로 벗어 놓았는지, 나중에 다시 신을 때 잘 찾아 신을 수 있게 제자리에 가지런히 놓여졌는지를 마음속에 새겨 두라는 의미입니다.
선원에서 수행을 하는 스님들은 주로 검정색이나 흰색의 고무신을 많이 신는데 모두 같은 색이기 때문에 어느 신이 누구의 신인지 헷갈리기가 쉽답니다. 그래서 아예 신을 벗어놓는 댓돌에 이름을 써 놓거나 아니면 나중에 신을 때 잘 찾아 신을 수 있게 자기의 신을 벗어놓은 자리를 잘 살펴보고 기억해두라는 경각심을 주기위해 입구 기둥에 조고각하라는 글귀를 써놓는다 합니다. 하지만 수행을 하는 스님들에게 자기 ‘발 아래’란 의미는 자신의 자리, 즉 자신의 ‘마음 자리’ 혹은 현재의 위치나 상황을 뜻하는 것으로 조고각하라는 말은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본래의 마음’을 찾도록 살펴야 한다는 뜻도 됩니다.
우리 모두는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세밑에 서서 지나온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과연 나는 ▲ 가정이나 직장에서 나의 본분을 다 하고 있는가? ▲ 지금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가? ▲ 본래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 ▲ 이유 없이 이웃이나 동료를 미워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는가? ▲ 남을 배려하지 않고 나의 이익만을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 혹시 남의 일에 간섭하느라 자기 할 일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가? 등의 내용을 자문자답하면서 자신의 현재의 마음 자리 즉 삶의 상태를 잘 정돈해야 합니다. 그래서 잘못된 것이 있었거나 있다면 잘못 놓여진 신을 제자리에 다시 고쳐 놓듯이 잘못된 자신의 행동이나 마음가짐을 바로 잡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신발을 잃게 됩니다. 신발을 잃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잃는 것이고 자신의 마음을 잃는 것은 자신 즉 자기 본래의 모습을 잃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조고각하의 참 의미입니다.
예부터 신발 벗어놓은 상태를 둘러보면 그 집안 가족들의 마음자세나 가풍과 법도가 어느 정도인지 넘겨짚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도둑이 도적질을 할 때에도 그 집의 댓돌을 먼저 살펴본다고 합니다. 댓돌위 신발이 잘 정돈되어 있으면 다른 살림도 단속을 잘 해놓았을 터이니 제대로 훔쳐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돌아서고 신발이 흐트러져 있으면 훔쳐가도 모를 것이라 하여 마음 놓고 훔쳐간다고 합니다.
한해가 지나가고 있는 이즈음 이런저런 생각들로 무두가 스산해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달리고 있습니다. 오늘이라는 현재를 잊은 채, 내 신발이 놓인 자리도 잊은 채 그저 물질과 명예와 돈과 같은 나의 온갖 욕망만을 채우기 위하여 앞으로만 향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오늘의 나’를 살피고 고치면서 내일을 향해야만 하는데 그저 앞으로만 시선을 향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미래에 대해 근심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오늘 현재의 하루를 온전히 성실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지금 댓돌위에 벗어놓는 신발의 자리를 잘 살펴놓으면 나중에 신발을 잃거나 찾아 신을 것을 걱정하지 않듯이 내 마음이 오늘을 온전히 성실하게 산다면 내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래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고 현재의 이 순간을 ‘존재 전체’로 살아야합니다. 그러면 다음 순간이 황금빛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도와 줄 것 없나 하고 주위를 살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손해 보면 어쩌나 하고 주위를 살피는 사람이 있고, 웃을 일 없나하며 작은 일에도 잘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화낼 일 없나하며 사소한 일에도 짜증부터 내는 사람이 있으며, 격려할 일 없나 늘 용기를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흠 잡을 일 없나 늘 깎아 내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차이는 모두 마음의 여유에서 온답니다. 금년은 다 지나갔으니 새해에는 우리 모두 마음의 여유와 조고각하의 마음가짐으로 현재 이 순간을 성실하고 온전하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2010년 12월 21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