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그래도 '사랑의 온도탑'을 높이자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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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12. 9)
원현린 칼럼 /
그래도 '사랑의 온도탑'을 높이자
눈 내리고 바람불어 날씨가 춥다. 해마다 이 맘 때면 우리는 ‘사랑의 온도탑’을 쌓고 물이 펄펄 끊는 온도인 섭씨 100도까지 온도계를 끌어 올리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연말 어려운 이웃돕기 모금액이 급격히 줄어들었다한다. 기온이 떨어지듯 사랑의 온도계 수은주가 뚝 떨어졌다.
이유가 얼마전에 일어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성금유용 비리 사건으로 인해 좀처럼 온도가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다. 매년 온도탑을 쌓고 모금행사를 가져오던 모금회가 올해에는 온도탑 쌓기마저 접었다. 모금회의 성금모금액은 지난해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그 여파로 외롭게 덩그러니 서있는 자선냄비를 시민들은 그냥 지나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 하겠다. 신뢰를 준 곳을 배반해서는 안 되는데 몇몇 미욱한 사람들이 이를 어겼다. 그저 허탈할 뿐이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위를 넘어 선지는 이미 오래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아야 하겠다.
복지단체야말로 봉사를 실천하는 성직이다. 이곳조차 흐려졌다면 이 땅에 희망이 없어 보인다.
그 돈이 어떤 돈인데 그 돈으로 음주가무에 바다낚시라니…, 하도 기가 막혀 말길이 끊긴다. 세상천지에 손댈 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돈만은 안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힘없고 가난한 시민들이 살아가는데 용기를 내라고, 보탬이 되라고 어린이들의 돼지저금통부터 노파의 쌈지 돈에 이르기까지 털어 모아진 성금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써 달라고 선뜻 내놓은 정성어린 돈이다. ‘눈물 나는 돈’이란 이런 돈을 말한다.
공동모금회 홈페이지를 열면 최근 일련의 사건과 관련 ‘반성합니다.’라는 사과문구와 함께 “다시 태어나는 공동모금회가 되겠습니다.”라고 다짐하고 있다. 또 ‘나눔으로 행복공동체를 만드는 전문 모금기관’이라고 공동모금회를 소개하고 있다.
얼마 전 쇄신책이 발표됐다. 백가지 천가지 쇄신책이 나온들 스스로가 새로워지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하다.
공동모금회가 뼈를 깍는 자성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사랑의 열매로 상징되는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는 구직자들 간에 선망의 직장으로 꼽히는 곳 중 하나다. 심기일전하여 본연의 숭고한 업무에 전념하기를 기대해 본다. 새로운 자세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의 온도탑을 다시 쌓아야 하지 않겠는가.
연말이다.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은 많다. 성금을 아무리 모아도 부족하다. 게다가 인천은 최근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져 섬을 떠나온 주민들이 찜질방 생활을 해가며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누차 강조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혼탁해도 맑아야 할 부류가 있다. 맑은 바람이 불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무엇보다 후손들 보기가 민망하다. 무엇을 보고 배우라 할 것인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생각할수록 막막하다.
막장까지 간 것인가. 우리에게 희망이 없는 것인가. 자꾸만 작아진다. 어느 해 보다 추운겨울이 될 것 같다. 어려운 우리 이웃이 추운 겨울을 나지 않도록 사랑의 온도계를 높이는데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하겠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고해서 다수의 어려운 우리 이웃을 나 몰라라 할 순 없지 않은가.
미국의 해양대기청, NOAA는 “1880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2010년이 역사상 가장 따뜻한 한해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지구 온난화를 경계하는 말이지만 연말을 맞은 어려운 우리 이웃들에게 있어 올 겨울이 역사상 가장 따뜻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2010년 12월 09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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