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사자성어(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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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1. 1. 5)
사자성어
/672 회 조우성의 미추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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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이자 독립 운동가였던 만해 한용운 시인은 시적 조사법(詩的 措辭法)이 독특했다. 예를 들어 '님의 침묵'에 나오는 '알 수 없어요' 같은 서정시는 전체가 은유로 구성돼 있는데, 주로 고유어로써 썼다.
반면에 사상이나 관념을 나타내는 시에는 '한주국종체(漢主國從體)'를 구사했다. '만족'이란 시를 보면, "滿足은 愚者나 聖者의 主觀的 所有가 아니면, 弱者의 期待뿐이다."는 식으로 한자어를 '한자'로 써 표현했다.
고유어와 한자어의 묘미를 체득한 결과이리라. 그렇듯 고유어는 형용사가 발달해 정서를 표현하는 데 용이하지만, 한자어가 지닌 언어적 강점인 표의성, 시각성, 조어성 등에서는 부족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국수주의적 입장에서 고유어를 써야 한다며 '민주주의(民主主義)', '자유(自由)' 등 한자어를 고유어로 뭐라 써야 할까 고민할 것은 없다. 한자어도 누천년 겨레와 호흡을 같이한 우리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신묘년 벽두, 신문 지상에 오르내렸던 사자성어(四字成語) 역시 한자어의 특성이 잘 드러난 것들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중국 고사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웬만한 독서력이 아니면 쉬 알기 어려운 것도 눈에 띄었다.
어쨌거나, 이 나라의 위정자나 지식인들 상당수가 무슨 유행처럼 사자성어 하나씩을 들고 나와 펼친 '고담준론(高談峻論)'을 지적 유희로만 폄하할 생각은 없다. 최소한 바른 언어관 아래 평소 고전을 생활하며 살고 있다는 믿음이라도 갖게 됐으니 말이다. 바라건대, 그 말처럼 행하여 온 나라가 평안해지기를! /객원논설위원
2011년 01월 0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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