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스워드 라인 (Sword line)(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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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12.16)
원현린 칼럼 /
스워드 라인 (Sword line) - 절대 넘을 수 없는 선
민주주의의 원조국이라 하는 영국의 의회에는 ‘스워드 라인(Sword line)’이 있다. 이는 예전에 영국의 의원들 중에는 기사출신이 많았기 때문에 그들도 평소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여야 간 의견 충돌 시에 툭하면 칼을 빼어들곤 했었다한다. 그래서 여야의원 사이에 칼부림을 피하기 위해서 ‘칼도 넘을 수 없는 선’을 그어 놓고 어떠한 싸움이 나도 절대로 그 선을 넘지 않도록 했다. 지금까지 잘 지켜져 오고 있다한다.
우리에겐 ‘절대 넘어서 안 되는 선’이란 없다. 웬만한 선은 공중부양하여 넘나든다. 우리의 경우 방탄유리로 경계 벽을 쳐 놓아도 아마 해머로 부셔버려 무용지물이 될 것은 뻔하다.
며칠 전 예산국회에서 이리 몰리고 저리 몰려가며 좌충우돌하는 국회의 몸싸움 장면이 보도됐다. 외신들은 대한민국 의회에서만 벌어지는 진풍경을 놓칠세라 일제히 보도하였겠지만 우리의 경우 하나같이 “또 저러는 구나!”하고 많은 텔레비젼 시청자들이 TV를 끄거나 채널을 돌리기까지 했다.
우리에겐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국회 몸싸움에 이골이 나있는 우리 시민들이다. 또 한 번 정치 후진국임을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
의회정치가 발달한 선진 제국에서는 의회 폭력은 없다. 우리만이 여전히 난장판 의회에서 폭력국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폭력이 난무해도 그만이다. 누구도 징계하려 하지 않는다. 맞은 사람이나 때린 사람이나 상황이 끝나고 나면 그 뿐이다. 국회윤리위원회는 유명무실한지 이미 오래다. 시민들은 이제 의회에 기대하는 것도 없다. 진저리가 난다고 한다.
폭력국회 장면이 나오는 TV를 시청하던 필자의 한 친구는 “차라리 운동선수를 의회로 보내지 않고…”라며 얼굴을 붉혔다. 그는 이어 “총선에 태권도나 레슬링, 유도선수 등 운동 잘하는 후보를 내세워 당선시키면 그 당이 가장 힘 있는 정당이 되지 않겠느냐”고 까지 말하며 폭력국회를 성토했다.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의 와이셔츠가 몸싸움 과정에서 찢기는 장면이 신문과 방송에 보도됐다. 웬만큼 당겨도 찢기지 않는 와이셔츠를 제조 판매하면 인기가 있을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수치스러움을 알아야 하겠다.
국회가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는 대표적인 집단인가. 국회는 표결로 말해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 그렇지가 못하다. 선진의회가 한없이 부러울 뿐이다.
의원 개개인의 자유의사는 철저히 배제되고 오직 당론만이 있을 뿐이다. 이를 어기면 출당 등 중징계를 감수해야 한다.
청소년은 보고 배운다. 청소년들에게 TV정치뉴스를 시청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폭력국회와 같은 못 볼 것을 보게 할 수는 없다는 의미에서다.
지방자치 시대다. 지방의 의회들도 빈번히 물리적 충돌을 빚곤 한다. 중앙정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해마다 그 숱한 해외 연수를 다녀와도 선진의회 모습은 배워 오질 못하고 있다. 무엇을 보고 배워 오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본받을 것은 얼마든지 있다. 가령, 일하지 않고 받은 세비 반납을 결의하고 취임 첫 달은 근무일수 만 따져 수령키로 하는 일본 의회라든가, 의회 예산을 아껴 쓰기위해 미국의 존 베이너 차기 하원의장 내정자가 최근 “자신에게 주어진 예산 5%삭감, 의회 양당 지도부 인사들의 예산 5%삭감, 상임위 예산 5%를 삭감하고 게다가 모든 의원들의 수당을 5%삭감하겠다.”고 말한 점 등 배울 것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 국회의 경우 내년도 의원 수당과 입법 활동비 등 세비는 올해에 비해 5% 상당 올랐다. 한 눈으로 비교가 된다. 우리에겐 과연 의회민주주의를 할 자격이 있는가?
2010년 12월 16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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