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공공의 적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1. 1.13)
원현린 칼럼 /
공공의 적
“하늘의 도는 높은 데는 누르고 낮은 데는 돋는다. 남아도는 것은 줄이고, 모자라는 것은 보충해 준다. 그러나 인간의 방식은 그렇지 않다. 모자라는 것을 축내어 남는 것을 받들게 한다. 남는 것으로 하늘을 받들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오직 도를 터득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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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일찍이 ‘도덕경’에서 인간사회의 부조리를 이 같이 설파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악덕한 부자는 가난한 사람의 보잘 것 없는 재물마저 빼앗아 곳간을 더 채우려 한다.
공정사회를 해하는 탐욕자들이 너무 많다. 사회 지도층 인사 중에 재물과 권력을 제외하고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 그 몇이나 될까.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스폰서 검사’에 이어 ‘그랜저 검사’가 나오더니 이제는 ‘함바경찰’이 등장했다.
이른바 ‘함바 게이트’다. 전·현직 경찰고위 간부들이 건설현장 식당영업권과 관련,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사법처리 당하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지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청와대 감찰팀장까지 사표를 낸 사건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경찰의 함바식당 비리로 경찰 내 연루자가 상당수 드러나자 “자수하면 선처하고 추후에 드러나면 엄벌하겠다.”며 “관련자들은 자진 신고하라.”고 명을 내렸다.
경찰이 경찰을 대상으로 ‘범죄 자진신고’를 받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으니 참 이상한 나라라 아니 할 수 없다.
함바집은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힘든 일을 하다가 배가 고프면 들러서 식사를 하는 곳이다. 식당 업주는 뇌물로 돈을 바쳤을 경우 그 만큼의 돈을 근로자들의 밥값에서 뽑으려 할게다. 당연히 밥값은 비싸지고 밥의 질은 떨어진다.
국회의원들이 청원경찰친목협의회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차관보급 고위직 공무원을 비롯한 공기업 직원들이 상습적으로 도박장에 드나들어도 괜찮은 나라가 우리나라다. 개각을 단행하려해도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는 후보가 없어 장관 자리하나 제때 임명 못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부인하려해도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레임덕 현상인가. 여당이,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사퇴를 촉구하는 등 거사를 도모했다. 청와대는 한나라당 최고위의 정 감사원장 후보 사퇴 촉구에 대해 “절차와 방식에 있어 유감”이라고 표명했다.
공정성이 생명인 감사원장 자리에 하자 있는 인사를 추천한 기관도 문제이려니와 여당으로서 청와대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퇴를 몰아붙인 것 또한 바람직한 여당의 태도는 아닐 것이다. 당·정·청은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다. 불협화음을 내서는 국정에 혼란을 가져올 것은 뻔하다.
야당이 벼르고 있고 드러난 하자가 사실일 경우 청문회를 통과할 것 같지 않아 그랬을 게다. 아예 청문회 시작 전에 사퇴시키자는 것이었을 게다.
집권당으로서 정부와 똘똘 뭉쳐도 시원찮을 판국에 감사원장 한 자리 임명을 놓고 이 모양이니 막중국사가 닥쳤을 때 허둥댈 것은 뻔하다.
후안무치(厚顔無恥)한 고위층이 한 둘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불감증이다. 부정부패로 자리에서 물러난 인사들 중 상당수는 시일이 흐르고 나면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 당선되곤 한다. 이들이 또 다시 국정을 농단한다.
부끄럽고 또 부끄러워 얼굴을 감추고 뉘우치는 기색이 있기는커녕 텔레비전 화면 가득히 얼굴을 내 밀곤 한다.
선진국의 공통점은 공직사회의 물이 맑다는 점이다. 누가 누구를 감사하고 누가 누구를 수사할 것인가. 고위층의 비리가 척결되지 않고서는 공정사회의 길은 요원하다하겠다.
우리 사회에는 국격(國格)을 깎아내리는 공공의 적들이 너무 많다. 척결되어야 할 공공의 적들은 다른 사람이 아닌 이들이다.
2011년 01월 13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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