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경호(67회) 인천경제콘서트/진화되는 노년기(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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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1. 1. 25)
인천경제콘서트
진화되는 노년기
이경호/영림목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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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호/영림목재 대표이사
4년 전 일본의 유수 사립 종합대학 중의 하나인 와세다대학에서 매우 성대한 125주년 개교기념식이 거행되었다. 그런데 왜 대학 측이 125주년을 특히 강조하면서 그렇듯 오랫동안 준비를 해 오고 또한 성대하게 기념식을 치렀던 그 이유가 특이하다. 창설자인 오쿠마 시게노부가 1882년에 학문의 독립을 표방하면서 창설하였는 바 처음에는 와세다대의 전신인 도쿄전문대학으로서 정치경제학, 법률학, 이학(理學), 영어학 등의 4개 학과로 발족하였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인간은 125년까지 살 수가 있다”고 역설한 이후 의구심과 더불어 많은 관심을 끌면서 이슈화되어 왔고, 학교당국에서는 이 예언을 앞세워 그 숫자와 같은 햇수의 개교기념식을 멋지게 치른 것이다.
요즈음 생활환경의 변화로 인간의 수명이 얼마나 연장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논의가 활발하다. 그런데 이미 130여 년 전에 이러한 인간의 장수(長壽)를 거론했다는 와세다대의 창설자 예지에 그저 놀랄 뿐이다. 다만 경쟁자로 불려지는 게이오대학의 창설자인 후쿠자와 유키치가 일본화폐의 1만 엔권 초상화에 올려져 있는 것과는 별개의 사실로 하고 말이다.
어쨌든 예전 노인 명칭의 기준은 상향돼서 70세가 넘어서야 한다고 하는데, 그 연세에 아직도 정정한 분들이 얼마나 많으신가? 그저 당분간은 혼란을 거쳐야 할 것 같다.
젊음이 한창일 땐 ‘가진 것이 없으면 어떤가. 적게 가지면 어떻고 또 많으면 어떤 건데’라고 하며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고 큰소리쳐도 주위로부터 오히려 뜨거운 호응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제 장수시대에 들어서는 이즈음엔 소위 ‘젊음이 지나가고 있는 혼돈의 세대’는 흰머리의 장년기(壯年期) 시절에서 아직 먼 어르신네 시대까지 무엇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새해 초 그 길을 잠시라도 생각해 보고 다소라도 실천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흰머리의 장년’하고 보니 지금부터 거의 500년 전 재예(才藝)가 절륜(絶倫)하고 용모가 절세가인(絶世佳人)이며 음율(音律)과 시문(詩文)에 도통한 명기(名妓)였던 ‘황진이 명월(明月)’이의 시를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심정으로 이에 옮겨볼까 한다. 30대 중반을 지나는 그 당시의 그녀로서 짙은 외로움 속에 홀로 거울을 보다가 자신의 머리에서 흰머리카락을 발견하는 순간, 이태백의 시 한 수를 떠올린다.
길기도 하여라 흰머리카락 白髮三千尺
수심에 겨워서 이토록 자랐는가 緣愁以箇長
거울 속에 비치는 나의 이 모습 不知明鏡裏
어디서 서리를 맞고 왔는고 何處得秋霜
한숨과 더불어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낀 그녀는 곧 또다시 당시 한 수를 떠올리면서 그제서야 마음이 한결 안정되었다. 그리곤 이후 열독하던 사서삼경을 접어두고 장자와 노자를 탐독하여 정신적인 구원을 얻었다고 한다.
젊을 때 품었던 청운의 뜻을 宿昔靑雲志
이루지도 못한 채 백발이 되었소 蹉?白髮年
그 누가 알았으랴 거울 속에서 誰知明鏡裏
이 몸과 그림자가 서로 가엾어 할 줄을 形影自相憐
예전에 우리가 느껴 왔던 시간과 인간과의 관계와 약속이 변화하고 진화되어 이제 질문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지나가고 있는 젊음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에서 ‘가까이 와 있는 긴 초로(初老)에 대비하여 무엇을 설계하고 실행할 것인가’로 자문하며 자기성찰의 시간을 잠시라도 가져봄이 어떨까.
2011년 01월 24일 (월) 17: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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