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어머니의 여한가(餘恨歌)---(1)
작성자 : 김연욱
작성일 : 2011.01.26 18:05
조회수 : 1,271
본문
열여덟 살 꽃다울 제 숙명처럼 혼인하여
두세 살씩 터울 두고 일곱남매 기르느라
철 지나고 해 가는 줄 모르는 채 살았구나!
봄 여름에 누에치고, 목화 따서 길쌈하고
콩을 갈아 두부 쑤고, 메주 띄워 장 담그고
땡감 따서 곶감 치고, 배추 절여 김장하고
호박고지 무말랭이 넉넉하게 말려두고
어포 육포 유밀과 과일주에 조청까지
정갈하게 갈무리해 다락 높이 간직하네.
찹쌀 쪄서 술 담그어 노릇하게 익어지면
용수 박아 제일 먼저 제주(祭酒)부터 봉해두고
시아버님 반주꺼리 맑은 술로 떠낸 다음
청수 붓고 휘휘 저어 막걸리로 걸러내서
들 일 하는 일꾼네들 새참으로 내보내고
나머지는 시루 걸고 소주 내려 묻어두네.
피난 나온 권속들이 스무 명은 족한데
더부살이 종년처럼 부엌살림 도맡아서
보리쌀 절구질 해 연기로 삶아 건져
밥 짓고 국도 끓여 두 번 세 번 차려내고
늦은 자녁 설거지를 더듬더듬 끝마치면
몸뚱이는 젖은 풀솜 천근처럼 무거웠네.
동지섣달 긴긴밤에 물레 돌려 실을 뽑아
날줄을 갈라 늘여 베틀 위에 걸어놓고
눈물 한숨 졸음 섞어 씨줄을 다져 넣어
한 치 두 치 늘어나서 무명 한필 말아지면
백설같이 희어지게 잿물 내려 삶아내서
햇볕에 바래기를 열 두 번은 족히 되리.
하품 한 번 마음 놓고 토해보지 못한 신세
졸고 있는 등잔불에 바늘귀를 겨우 꿰어
무거운 눈 올려 뜨고 한 뜸 두 뜸 꿰메다가
매정스런 바늘 끝이 손톱 밑을 파고들면
졸음일랑 혼비백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손끝에선 검붉은 피 몽글몽글 솟아난다.
내 자식들 헤진 옷은 대강해도 좋으련만
젊잖으신 시아버님 의복수발 어찌할꼬?
탐탁잖은 솜씨라서 걱정부터 앞서고
안목 높고 까다로운 시어머니 눈에 안차
맵고 매운 시집살이 쓴맛까지 더했다네.
침침해진 눈을 들어 방안을 둘러보면
아래목서 윗목까지 자식들이 하나 가득
차 내버린 이불깃을 다독다독 여며주고
막내 녀석 세워 안아 놋쇠요강 들이대고
어르고 달래면서 어렵사리 쉬 시키면
일할 엄두 사라지고 한숨이 절로난다.
학식 높고 점잖으신 시아버님 사랑방에
사시사철 끊임없는 접빈객도 힘겨운데
사대봉사 제사는 여나무번 족히 되고
정월 한식 단오 추석 차례상도 만만찮네.
식구들은 많다 해도 거들사람 하나 없고
여자라곤 상전 같은 시어머니 뿐이로다.
두세 살씩 터울 두고 일곱남매 기르느라
철 지나고 해 가는 줄 모르는 채 살았구나!
봄 여름에 누에치고, 목화 따서 길쌈하고
콩을 갈아 두부 쑤고, 메주 띄워 장 담그고
땡감 따서 곶감 치고, 배추 절여 김장하고
호박고지 무말랭이 넉넉하게 말려두고
어포 육포 유밀과 과일주에 조청까지
정갈하게 갈무리해 다락 높이 간직하네.
찹쌀 쪄서 술 담그어 노릇하게 익어지면
용수 박아 제일 먼저 제주(祭酒)부터 봉해두고
시아버님 반주꺼리 맑은 술로 떠낸 다음
청수 붓고 휘휘 저어 막걸리로 걸러내서
들 일 하는 일꾼네들 새참으로 내보내고
나머지는 시루 걸고 소주 내려 묻어두네.
피난 나온 권속들이 스무 명은 족한데
더부살이 종년처럼 부엌살림 도맡아서
보리쌀 절구질 해 연기로 삶아 건져
밥 짓고 국도 끓여 두 번 세 번 차려내고
늦은 자녁 설거지를 더듬더듬 끝마치면
몸뚱이는 젖은 풀솜 천근처럼 무거웠네.
동지섣달 긴긴밤에 물레 돌려 실을 뽑아
날줄을 갈라 늘여 베틀 위에 걸어놓고
눈물 한숨 졸음 섞어 씨줄을 다져 넣어
한 치 두 치 늘어나서 무명 한필 말아지면
백설같이 희어지게 잿물 내려 삶아내서
햇볕에 바래기를 열 두 번은 족히 되리.
하품 한 번 마음 놓고 토해보지 못한 신세
졸고 있는 등잔불에 바늘귀를 겨우 꿰어
무거운 눈 올려 뜨고 한 뜸 두 뜸 꿰메다가
매정스런 바늘 끝이 손톱 밑을 파고들면
졸음일랑 혼비백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손끝에선 검붉은 피 몽글몽글 솟아난다.
내 자식들 헤진 옷은 대강해도 좋으련만
젊잖으신 시아버님 의복수발 어찌할꼬?
탐탁잖은 솜씨라서 걱정부터 앞서고
안목 높고 까다로운 시어머니 눈에 안차
맵고 매운 시집살이 쓴맛까지 더했다네.
침침해진 눈을 들어 방안을 둘러보면
아래목서 윗목까지 자식들이 하나 가득
차 내버린 이불깃을 다독다독 여며주고
막내 녀석 세워 안아 놋쇠요강 들이대고
어르고 달래면서 어렵사리 쉬 시키면
일할 엄두 사라지고 한숨이 절로난다.
학식 높고 점잖으신 시아버님 사랑방에
사시사철 끊임없는 접빈객도 힘겨운데
사대봉사 제사는 여나무번 족히 되고
정월 한식 단오 추석 차례상도 만만찮네.
식구들은 많다 해도 거들사람 하나 없고
여자라곤 상전 같은 시어머니 뿐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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