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괜찮아, 길이 약간 미끄러웠을 뿐이야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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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길이 약간 미끄러웠을 뿐이야
가을 물이 때가 되어 불어나면 온 냇물이 황하(黃河)로 몰려들어 하천 둑이 넘친다. 양쪽 기슭과 언덕 사이에 있는 소와 말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이렇게 되자 황하의 수신(水神)인 하백(河伯)은 기뻐하며 강물을 따라 동으로 가다가 처음으로 북해(北海)에 와 동해(東海)를 바라보았다. 바다의 끝없는 넓음에 놀란 하백은 낯빛을 고치고 북해의 신(神) 약(若)에게 바다가 넓은 이유를 물었다. 약은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를 말할 수 없으니 우물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요. 여름에만 사는 벌레가 얼음에 대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은 자기가 사는 여름만 시절인 줄 굳게 믿기 때문이다. 촌스러운 선비가 도를 말할 수 없는 것은 세속적인 가르침에 속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좁은 냇물에서 나와 큰 바다를 바라보고 나서 곧 자기가 보잘것없는 존재임을 아니 이젠 당신과 함께 천하의 이치를 말할 만하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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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추수(秋水)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세상은 넓다. 식견이 좁고 세상 형편을 모르는 사람을 일컬어 정저지와(井底之蛙),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한다.
학문을 익히고 견문을 넓혀야 한다. 배움은 때 묻은 거울을 닦는 것과 같다. 거울은 닦을수록 밝아진다. 흐리고 어둡던 세계가 훤히 내다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졸업시즌이다.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학교장들은 졸업식사에서 강조한다. 중졸은 고등학교로, 고졸과 대졸자는 대학에 입학하거나 사회로 나간다. 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나가면 숱한 난관(難關)이 기다리고 있다. 도전과 응전이 있기에 역사는 발전한다. 주저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맞서야 한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 했다.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서있는 곳이 모두가 진리다.”라는 뜻이다.
그렇다. 지나치는 편경(片景)에 따라 좌우되거나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말고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면 그 처해 있는 자리가 최고의 자리다.
청소년들에게 귀감(龜鑑)이 될 만한 중국 남송 때의 유학자 주희(朱熹)의 권학문(勸學文)이 있다. - 물위금일불학이유내일(勿謂今日不學而有來日) ; 오늘에 배우지 않고 내일 있다 이르지 말고, 물위금년불학이유내년(勿謂今年不學而有來年) ; 금년에 배우지 않고 내년 있다 이르지 마라. 일월서의불아연(日月逝矣不我延 ) ; 세월은 흘러가고 시간은 나를 기다리지 않으니.-
대학 진학에 실패했거나 직장시험에 떨어졌을 때 부모나 교사들은 으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며 위로하곤 한다. 하지만 당사자의 귀에는 들려오지 않는다.
한 평생 실패만 거듭하다가 마지막에 한 번의 승리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 있다. 1816년, 7세에 가족 파산. 1818년, 9세에 어머니 사망. 1831년, 22세에 사업 파산. 1832년, 주의회 선거출마 낙선. 1833년, 친구에게 빌린 돈으로 사업하다 다시 파산. 1834년, 약혼녀 사망. 1836년, 신경쇠약으로 정신병원 입원. 1838년, 주의회 대변인 선거출마 낙선. 1840년, 정부통령 선거위원출마 낙선. 1843년, 하원의원 선거출마 낙선. 1848년, 하원의원 선거 재출마 낙선. 1854년, 상원의원 선거출마 낙선. 1856년, 부통령 후보지명 선거출마 낙선. 1858년, 상원의원 선거 재출마 낙선. 1860년, 미합중국 대통령에 당선.
이상은 미국의 16대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의 기막힌 일대기다. 미국의 대통령 자리는 실패를 맛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실패할 때마다 오뚜기처럼 일어섰다. 말 그대로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인생이었다. 젊은 날 실패의 연속이었던 그의 불굴의 정신은 졸업을 맞는 젊은이들에게 좌우명이 될 만하다. “내가 걷는 길은 험하고 미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미끄러져 길바닥 위에 넘어지곤 했다. 그러나 나는 곧 기운을 차리고 내 자신에게 말했다. 괜찮아, 길이 약간 미끄럽긴 해도 낭떠러지는 아니야!”
2011년 02월 10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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