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외국어 지식인(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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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1. 2.28)
외국어 지식인
/(693회) 조우성의 미추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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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웬만한 신문에는 죄다 등장하는 광고 하나가 있다. 모 회사의 '즉석 통역기' 광고다. 선전 문구를 읽어보면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다 무불통과다. 만리장성 같던 언어의 장벽이 일거에 무너진다는 내용이다.
한국 IT 기술력의 성과일 터이다. 그러나 같은 광고를 하도 보다보니까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에 계속 실리고 있는 그 회사의 광고비는 대체 얼마일 것이며, 그것이 다 물건 값에 포함됐을 거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한여름 밤에 불꽃놀이 하듯 머리 위에 수없이 쏘아댄 광고가 가져다 준 역효과이리라. 어쨌든, 통역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구굴' 같은 데서도 언어를 즉석에서 번역하는 기기를 곧 시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되는 날, 과거 한자ㆍ한문의 독해력 하나로 대학 강단에 서서 교수 노릇을 했던 것처럼, 지금도 외국어 구사 능력을 과시하며 '전인적 지식인(知識人)' 양 하는 외국어 숭배 경향은 막을 내릴 것이 뻔하다.
외국어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지식을 알기 위해 사용하는 하나의 도구이지, 그 자체가 지식은 아닌 것이다. 턱없는 외국의 문학이론으로 무장해 문단에서 행세했던 70년대적 미망은 종언을 고하고 있는 중이다.
누구나 외국어를 달달거리며 배울 이유는 없다. 그 역시 국가적인 큰 낭비다. 번역서 왕국 일본에서 꽃피운 '글로벌리즘의 개화'가 그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그럼에도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이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로 거의 모든 강의를 하고 있다니 무슨 지적 코미디일까 싶다. 외국어 구사자=지식인? 착각이다. 미구에 무너질 '신앙'이다.
/객원논설위원
2011년 02월 28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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