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동방삭과 유령연금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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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2.24)
원현린 칼럼 /
동방삭과 유령연금
전설이지만 장수(長壽)의 대명사 동방삭(東方朔)은 3천 갑자(甲子)를 살았으니 18만년(3천×60)을 산 셈이다. 동방삭이 서류를 조작하여 장수를 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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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동방삭의 수명은 ‘삼십(三十)갑자’로 돼 있었다. 주어진 생을 다 살아 이승을 떠날 때가 되자 염라대왕이 보낸 저승사자들이 데리러 왔다. 그러자 자기를 잡으러온 저승사자들에게 동방삭은 음식을 차려 융숭히 접대하고 짚신 등도 만들어 대접을 잘 해주었다.
저승사자들은 이 같은 환대에 고마움을 느끼어 판관이 잠든 틈을 타서 동방삭의 수명이 적혀있는 장부에서 십(十)자에 한 획을 더 그어 넣어 천(千)으로 고쳐 주어 ‘삼천(三千)갑자’를 살게 되었다.
오래 사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다. 하지만 사망에 이른다 해도 하늘이 정해 준 수명(壽命)이라 하여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최고령으로 등록된 111세 노인이 사망한 지 30년이나 지났음에도 유족들이 사망자의 노령연금을 타내기 위해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져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족들이 노인과 장애인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살아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연금을 계속 받는 부당연금 수령자가 많은 것으로 밝혀져 우리를 허탈하게 하고 있다.
‘유령연금’이 그것이다. 자식에 의해 서류상 장수를 누리는 노인들이다. 죽어서도 자식에게 수당을 받아주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이 금년 중에 70세 이상 노령·유족연금 수급권자 및 중증 장애연금 수급권자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한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조사 결과 이미 사망한 127명 중 11명의 가족에게 모두 5천400만 원의 연금이 부당 지급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대명천지(大明天地)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옛날부터 사람이 살아가면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다섯 가지의 복을 오복(五福)이라고 했다. 삼경(三經) 중 하나인 서경(書經) 홍범구주(洪範九疇)에 나오는 오복을 보면 장수를 복중의 복으로 꼽아 첫 머리에 기록하고 있다.
오복은 다음과 같다. 一曰 壽(일왈 수)요, 오래 사는 것이다. 二曰 富(이왈 부)요, 물질적으로 부(富)하게 사는 것이다. 三曰 康寧(삼왈 강녕)이요,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하게 사는 것이다. 四曰 攸好德(사왈 유호덕)이요, 덕(德)을 좋아하는 것이다. 五曰 考終命(오왈 고종명)이라, 하늘이 내린 명을 다하고 편안히 살다가 안락하게 죽는 것이다.
오복의 첫 번째를 ‘수(壽)’라 했다. 오래 사는 것이다. 천수(天壽)를 다 누리고 죽는 장수를 복이라 했다. 두 번째는 ‘부(富)’로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풍요로운 재산을 지니고 사는 것을 복이라 했다. 세 번째로는 ‘강령(康寧)’으로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편안하게 사는 것을 복이라 했다. 네 번째로는 ‘유호덕(攸好德)’으로 남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도와 선행을 행하고 덕을 쌓는 것을 복이라 했다. 끝으로 다섯 번째는 ‘고종명(考終命)’으로 주어진 한평생을 고통 없이 건강하게 살다가 편안하게 생을 마치는 것을 복이라 했다. 이는 요즘 말로 ‘웰 빙’과 ‘웰 다잉’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기에 옷과 생활 용품 등 곳곳에 ‘수복강녕(壽福康寧)’이라는 문구를 써 넣거나 장수동물인 학, 거북 등 10장생 동물을 그려 넣기도 한다.
주어진 수명을 다 살아 부모가 사망했는데도 서류를 조작,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속이고 버젓이 노령연금을 타 먹으며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사람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키 어렵다.
유령연금 수령자가 상당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할 말을 잊었다. 말 그대로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2011년 02월 24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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