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무릉도원(武陵桃源) 정신의 반만이라도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1. 3. 4)
나채훈의 중국산책 /
무릉도원(武陵桃源) 정신의 반만이라도
‘쌀 다섯말 밖에 안되는 봉록을 받으면서 시답잖은 거리의 비위나 맞추며 살기는 싫다’면서 팽택현(彭澤縣:지금의 강서성 호구현) 현령 직을 팽개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황무지를 개간하여 양식으로 쓸 약간의 채소와 화초를 가꾸며 노동과 창작에 전념한 도연명(陶淵明)을 두고 노신(魯迅)은 ‘위대한 대은사(大隱士)이자 전원시인’이라고 칭송했다. 당시의 부패한 봉건통치를 통렬히 비판하고 아름다운 이상사회를 동경하면서 땀흘려 일하는 노동계급(농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작품 속에 뛰어난 예술성과 높은 사상성으로 품격을 이루었으니 진정으로 격찬을 받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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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무릉도원이 나오는 산문 <도화원기(桃花源記)>, 한 어부가 우연한 기회에 한 곳에 이르렀는데 그곳에서 남녀노소가 매우 화목하게 살며 즐거운 표정으로 일하고 손님대접도 집집마다 모두 닭을 잡고 술을 내어 극진했다. 이들은 진시황의 폭정과 전란을 피해 그곳에 왔는데 수백년에 걸쳐 외부 세계와 왕래가 두절된채 살아가고 있어 몇 대의 왕조가 바뀐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어부는 그곳에 머물고 싶었으나 집 생각이 간절하여 작별하고 나오면서 다시 올 날에 대비하여 길목마다 표시를 해두었다. 그러나 나중에 이를 찾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아름다운 경계로 남게 되었다는 줄거리다.
무릉도원의 이야기는 문학의 영역에 그치지 않고 한자문화권 전역에서 불편한 현실과 대비되는 이상적 사회를 나타내는 사회역사적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어 도화원의 원형이 어디에 있느냐를 두고 오랫동안 아전인수격 주장이 제기된 바 있었다. 우선 호남성의 도원현(桃源縣)에서 약 40리 되는 수계(水溪)가 풍광이 좋을뿐더러 인심도 후덕하여 송대(宋代)에 어부가 선인을 만나는 대목을 연상해서 <연청루(延淸樓)>라는 누각을 세우고, 도연명의 시문을 연상케하는 갖가지 시설까지 갖추어 놓은 후 원형지라고 주장했으나 별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한편 사회발전사의 관점에서 호남성 무릉지역의 묘족(苗族)들 생활이 빈부격차가 적은데다 서로간에 화합하면서 즐겁게 노동하며 평화를 유지하는데다 복숭아 나무를 숭배하는 습속이 있고 손님이 오면 ‘닭을 잡고 술상을 차려 ’설주살계(設酒殺鷄)’대접하기를 즐겼다. 그리고 외딴 곳이라 질 나쁜 관리의 횡포는 물론 없고 세금을 내는 일도 없는 걸 도연명이 잘 알았기에 이곳을 무대로 설정했으리라는 주장도 나왔다. 또 도연명이 한때 유리지 장군의 참군(參軍) 자격으로 해상을 왕래한 바 있는데 고공도<高公島:지금의 강소성 연운항(連雲港) 운대산맥 숙성(宿城)지역 근처>에 갔다가 경치가 뛰어나고 상죽(桑竹)이 우거진 모습에 심취해서 ‘일찍이 먼 곳을 떠돌아 동쪽 바다 끝까지 갔었네(在昔曾遠遊, 直至東海隅)’라고 <음주시(飮酒詩)>에서 읊을 정도였다. 따라서 이곳을 기억하여 도화원으로 묘사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설득력이 있었다.
이외에도 강서성의 여산(廬山)에 있는 강왕곡(康王谷)이 일찍이 도화원으로 불렸으며 곡내에는 꽃이 만발하여 풍치가 절묘한데다 계곡이 깊어 전란을 피해 살기에 적합했다는 예를 들기도 하였고, 하남성과 성서성 사이의 상락(商洛) 지역이 도림(挑林), 또는 도원(桃源)이라 불린 적도 있는데다 도연명이 이곳을 잘 알았기에 원형으로 삼았으리라는 주장도 있었고, 형산(衡山)을 지목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여러 주장이 저마다 어느 정도의 근거를 가지고 나왔지만 무릉도원이 어느 특정한 곳을 말한다기 보다는 도연명이 여러 곳을 돌아보면서 나름대로 ‘이런 곳이라면 관리의 횡포와 가렴주구가 없고, 마을 사람들이 서로 화합하면서 즐겁게 노동하며 편안하게 살았을 것’이라는 상상으로 그렸을 것이라는 가상의 공간설이 유력하다는 해석이다.
요즘 복지 논란이 뜨겁고 거세다. 선거용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한국형 복지다, 창조형 복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무상급식, 무상교육, 무상의료의 논란까지 더해진다. 이상사회로 가는 직행노선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무릉도원 주장만큼이나 저마다 근거가 있겠으나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의문이 든다. 정치인의 공약에 하도 식상하다보니 꼼지락거리는 의심인데 무릉도원 정신의 반쪽이라도 풀어줄 수 있을런지 궁금하다.
2011년 03월 04일 (금)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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