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곳 : 인천일보(11. 4. 1)

역사·진실·교류

/조우성의미추홀( 7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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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전 어느 날, 서울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무관 싸베스코 대령이 고려인 여성 통역관 한 명을 대동하고 인천을 찾았다. 필자가 이들을 만나게 된 것은 '제물포해전'에 대한 설명을 해 달라는 부탁 때문이었다. 그날 싸베스코 대령은 필자에게 "당시 조선인들이 러시아 부상병 치료를 위해 헌신적으로 도와준 것에 깊이 감사한다"며 전사한 수병들이 어디에 묻혀 있는지를 알려 주기 바란다"는 요지의 질문을 했다. 순간 필자는 이건 아니지 않나 싶었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사관의 고위급 무관 정도라면 최소한 제국주의 차르 시절의 자국 정황과 해군례(海軍禮) 정도는 숙지하고 말을 건네는 것이 상식이란 생각이었다.

거두절미하고 말하면, 첫째 러시아 측의 주장과는 달리 인천사람들은 그들 부상병을 도운 일이 없고, 그럴 입장도 아니었다.(2004. 2. 9. 주간조선 필자 인터뷰 '제물포해전 영웅만들기' 참조)

오히려 치료나 장례를 거둔 것은 일본군과 일본적십자였고, 생존자 구출과 후송은 영·불·이 군함이 맡았다. 둘째, 자폭 시, 전사자는 군함에 안치하는 것이 세계 해군례이니 육지 매장은 없었다.(중상자 2명은 제외) 필자는 대강 이렇게 답변했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는 줄곧 잘못된 주장을 해 왔다. 심지어 러시아의 유력인사가 '제물포해전'을 '조선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러시아가 벌인 전투'(3월29일자 본보 참조)라고까지 했다니, 이같은 망언의 확대는 차단해야 한다. 교류를 말자는 게 아니다. 잘못된 역사인식에 기초한 미래가 걱정돼 하는 말이다.


/객원논설위원

2011년 04월 01일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