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회초리가 아닌 몽둥이가 필요하다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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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4.15)
나채훈의 중국산책 /
회초리가 아닌 몽둥이가 필요하다
중국 서부 감숙성(甘肅省) 평량(平凉)이란 곳에서 지난 주 주민 38명이 우유를 마시고 식중독을 일으켜 이중 영유아 3명이 사망하고 35명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하자 중국 인터넷에서 ‘중국 우유는 우유가 아니라 만성 독약이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우유 하나 관리를 못하냐? 이참에 위생당국에다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등 분노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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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 호남성(湖南省)에서 멜라민에 오염된 옥수수 요구르트가 발견됐고, 올해는 동물의 가죽이나 털에서 나온 단백질을 첨가한 이른바 ‘피혁 우유’ 논란이 제기되는 등 우유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대한 화풀이이도 하다.
‘먹을거리에 장난질’ 하는 무책임이 어디 중국 우유뿐이랴. 우리는 과연 그런 일이 없을까. 그래서 먹을거리 범죄는 태(笞)가 아니라 장(杖)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원래 ‘태’는 대나무나 가늘고 긴 나무막대기로 사람을 후려친다는 의미로 회초리다. 그러니까 상당히 가벼운 처벌쯤으로 인식하면 된다. ‘장’은 지팡이를 말한다. 일찍이 불효한 자식은 부모로부터 회초리가 아닌 몽둥이(지팡이)로 두들겨 맞았다. 중징계인 셈이다. 충효겸전이 덕목인 시대에 불효는 중대한 문제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태장(笞杖)의 역사는 오래다. 한(漢)나라 문제 때 다섯 가지 형벌(묵의궁월상)이 지나치게 살벌하다고 해서 가벼운 처벌 규정으로 태장을 실시했는데 때로 그 횟수가 지나쳐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횟수를 줄이는 정추령(定?令 : 매질을 정한 규칙)을 공포했다. ‘추’는 태장에서 사용하는 형구(刑具)인데 그 길이는 5척(약 1.5미터)으로 대나무였다.
굵기는 두터운 쪽이 직경 1촌(약 2.2센티미터), 가는 쪽이 반촌으로 대나무의 마디를 깎아서 매끄럽게 하여 엉덩이를 때린다고 규정하였다. 그리하여 목숨을 잃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다. 그런데 남북조시대(수나라로 통일되기 직전)에 범죄는 기승을 부리는데 ‘태장의 형’은 너무 가볍지 않은가 해서 가죽으로 된 채찍으로 내려치는 ‘편형(鞭刑)’ 또는 ‘편장’으로 바뀌며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수(隋)나라에 이르러 결국 ‘태’와 ‘장’은 분리되고 등급과 형구의 대소, 수형의 부위, 형량 등 구체적인 내용이 더욱 자세히 규정되어 국가의 사법기관에 의해 감독되고 제도화되었다. 가벼운 죄와 무거운 죄에 알맞은 처벌 방법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원(元)의 쿠빌라이는 형량을 더욱 구체화하고 나서 ‘하늘이 1회, 땅이 1회, 황제가 1회 용서한다’고 하여 3회를 감해주기도 했고, 명(明)나라 때 강소성(江蘇省) 관찰사 왕두가는 아예 처벌받을 가족들에게 나비를 잡아오게 하여 죄를 경감시켜 주기도 했다. 왕두가는 이렇게 모은 나비를 손님이 찾아와 대접할 때 풀어주고 나비들의 춤 속에서 풍류를 즐기는 운치를 자랑했다고 한다.
‘회초리나 지팡이 형’이 때로 가혹한 짓을 즐기는 사법관들에 의해 죽지 않는다 해도 중상을 입는 경우가 자주 일어나 회초리 처벌을 도입한 정신이 실종되었음을 개탄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하는 기록도 있다.
그동안 식품에 관한 범법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중국의 경우처럼 사망하지는 않더라도 그 때문에 병에 걸렸거나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 보도되지 않은 경우가 얼마나 많을 것인가. 매사를 엄벌주의로 다스릴 것을 아니겠으나 ‘먹을거리 범법’에 대한 처벌만큼은 회초리 정신이 아니라 몽둥이의 중징계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편 관영 CCTV를 비롯한 중국 언론은 최근 의료계 인사들의 지적을 인용하여 “매년 중국인 8만 명이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로 사망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잇달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중국 위생부는 “국내 항생제 사용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 년에 8만 명씩 이로 인하여 사망한다는 것은 정확한 근거가 없는 통계”라고 밝혔으나 일반인들은 별로 믿지 않는 실정이라고 한다.
서툰 의사 앞에서 조마조마하듯 지금 우리는 먹을거리 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 가격도 문제이지만 오염된 식품이 버젓이 판매대 위에 놓이고 땜질 처방만 해오다가 뒷북치기 일쑤인 식품의약 행정이 언제 제대로 된 처방을 내놓을 것인지 바라만 보고 있으니 말이다.
2011년 04월 15일 (금)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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