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천부불가양의 인권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1. 4. 7)
원현린 칼럼/
천부불가양의 인권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자유인은 적법한 판결에 의하지 아니하거나 법의 정당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체포 구금되지 아니하며 재산과 법익을 박탈당하지 아니하고 추방되지 아니하며 또한 기타 방법으로 침해되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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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헌법의 토대가 되어 민주주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는 1215년 영국의 대헌장, 마그나 카르타 제39조의 내용이다. 이후에도 주지하는 바와 같이 1628년 권리청원, 1679년 인신보호법, 1689년 권리장전 등에서 인권보장의 시원(始原)을 찾을 수 있다.
천부(天賦)의 자연권(自然權)으로 불가양성과 불가침성을 강조한 인권선언에는 1776년의 미국의 독립선언, 1789년 프랑스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등이 있고 1948년 세계인권선언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일찍이 신체의 자유권이 확보되어 있었고 이제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가 헌법에 기본권에 관한 명문규정을 두고 있다. 우리 헌법도 ‘권리와 의무’의 장에서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국가에게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구속과 불구속 수사를 놓고 검찰과 법원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구속영장 발부여부를 놓고 검찰과 법원이 갈등을 빚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공격과 방어는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을 위해서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검찰도 법원도 목적은 실체적 진실발견에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과정에서 부딪히곤 할 뿐이다. 검찰은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여 불구속 상태에 있던 피의자나 피고인이 살인 등 강력범죄를 다시 저지르고 있다”며 구속 수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법원은 불구속 수사 원칙을 내세워 “불구속 재판 원칙이 후퇴하면 과거로 회귀해 누구든지 쉽게 구속되는 불행을 야기할 수 있다”며 구속영장발부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영장기각 이유는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남용하여서는 안 되겠다. 법원도 이 조항을 마치 전가의 보도인양 남용한 경우가 전혀 없다하진 못할 것이다. 문제는 법적 안정성을 이루어 전체적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가치와 이러한 가치를 최고선으로 알아 그 속에서 묻혀버릴 수 있는 구체적 타당성의 훼손이다. 영원한 숙제인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의 조화야말로 우리의 이상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전체의 정의를 내세워 소수가 희생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가운데 최소인의 최대 불행을 아랑곳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천부불가양의 인권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인신구속에는 신중을 기해야한다. 형사소송법의 역사는 인권보장, 즉 인신구속 제한의 역사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구속수사가 검찰의 수사 편의주의 적 발상이라면 곤란하다. 위험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치자(治者)의 명령이 곧 법이던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은 예전의 전제(專制)주의 하에서 인권이 확보되지 않았던 시절, “네 죄는 네가 알렸다”하고 잔혹한 형벌이 횡행하던 시대가 아니다. 오판은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하는 것이다. 사후에 재심을 통해 아무리 무죄판결을 받은 들 아무 소용이 없다. 이미 유린된 인권이 회복될 리 만무하다. 사형의 경우 집행이 이루어진 다음에는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사법살인을 범한 것이 된다.
현실적으로 형사보상법에 의한 보상 외에는 달리 보상방법이 없다. 그것도 상당하고 적정한 보상은 될 수 없다. 어떻게 무고한 시민의 인신을 구속해 놓고 무죄가 입증되면 그 때가서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이면 곤란하다.
우리는 인권이 보장된 사회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열사람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시민을 억울한 죄인으로 만들지 말라”는 법 격언은 옳은 말이다. ‘인권보장’이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1년 04월 07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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