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법치(法治), 그 공허한 외침(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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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4.28)
원현린 칼럼 /
법치(法治), 그 공허한 외침
중국 4대기서의 하나인 <서유기>의 주인공인 손오공은 도술의 달인이다. 손오공은 자신의 신통력만을 믿고 천상계에 올라가 횡포를 부려 하늘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등 오만함이 극에 달했다. 종국에는 석가여래와의 법력 대결까지 벌이는 방자함을 드러낸다. 석가에 패한 손오공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데 오행산에 무려 500년 동안이나 갇히게 된다. 천상의 질서를 어지럽힌데 대한 일종의 형벌이다. 손오공은 감옥살이 도중 황제의 특명을 받고 서역으로 불경을 구하러 가는 현장법사에 의해 구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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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엔 하늘의 질서가 있고 인간사회에는 인간의 질서가 있다. 인간의 질서, 즉 강상(綱常)의 질서가 그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는 이를 삼강오상(三綱五常)이라 한다.
필자는 여기서 고전적 의미의 강상을 떠올리려 하고자 함이 아니다. 강상을 현대적 의미의 해석을 한다면, 도리(道理), 경우(境遇), 조리(條理)로써 인간이 지녀야 할 기본 상식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될 성싶다. 공동생활을 영위하는데 이 같은 기본질서를 흐트러트리는 행위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라고 명문화하여 민주적 기본 질서를 굳건히 지킬 것을 천명하고 있다. 이어 제8조에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라고 하여 민주적 기본질서를 모든 법령체계의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인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인사(人士)들이 너무 많다. 단죄는커녕 이들을 어찌하지 못하고 있다. 솔선수범하여 사표(師表)가 되어야 할 고위층들이 문제다. 판검사 비리 특별수사청을 신설하느니 마느니 하고 세월만 보내고 있다.
판사와 검사는 파사현정(破邪顯正)하여야 하는 기관이다. 이 같은 기관의 비리를 별도로 수사할 필요가 있어 특수청을 신설한다고 한다. 법조 비리가 얼마나 많이 쌓이고 쌓였으면, 그래도 인권의 마지막 보루라 하는 법조인의 비리를 다룰 특수 수사 기구를 설치하여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는지 우리 자신들이 부끄럽다.
이제 누구를 믿을 것인가. 며칠 전 한 고등법원 판사가 지하철에서 한 여성을 성추행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성추행 범을 엄단하여야 할 법관이 성추행 범이 되었다니 하도 기가 막혀 말길이 막힌다.
지난 25일 법의 날에는 지금까지도 으레 그래왔듯이 법조계 수장들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법의 지배 원칙이 권력은 물론 여론으로부터 독립해 한결같이 관철돼야 한다”, “정의와 공동선의 실현이라는 법 본연의 가치를 확고히 함으로써 공정 사회의 기틀을 이룩할 시기”, “준법을 위해 입법·사법·행정부 공무원들이 본분을 다해 법을 제정·운용하는지 되돌아보고, 국가기관이 솔선해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등 하나같이 법치와 준법을 강조했다.
지난 해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당국에 검거된 정부 부처 공무원이 900여명에 달했다 한다. 이 같은 숫자는 2008년 174명, 2009년 229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숫자다. 지켜지지 않는 법을 놓고 또 다시 준법을 강조했다. 위로부터 지켜지지 않으니 법불가어존((法不可於尊)-법은 존귀한 신분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라는 옛말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별수사기구에 국회의원 비리 수사 포함 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다. 국회의원을 제외 한다면 국회의원 비리 수사만을 위한 또 다른 수사청도 신설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특별수사청의 비리를 수사할 수사기구의 신설까지도 우리는 거론하여야 한다. 이렇게 끝없이 우리사회 특수신분인 고위층 부조리를 근절할 대책을 세운다며 오늘도 날을 지새우고 있는 우리다. 지난 25일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지금까지 법조계의 관행인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의결, 법제사법위로 넘긴 것이 고작이다.
오늘이 마침 나라를 위난에서 구한 충무공 탄신일이다. 나라 사랑하는 모습들이 안 보인다. 강상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인사들은 많으나 국가안위(國家安危)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우국지사(憂國之士)들은 보이질 않는다.
2011년 04월 28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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