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경호(67회) 인천경제콘서트/취미 한담(閑談)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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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1. 4.26)
인천경제콘서트
취미 한담(閑談)
/이경호 영림목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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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호 영림목재 대표
요즈음 현직에서 은퇴하거나 또는 주위의 여건이 한가로워질 때 악기를 배우는 분들이 많아짐은 그렇게 놀라운 일도 아닌 세상이 됐다. 그런데 가장 일반적인 기본악기는 피아노라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다. 이 건반악기는 18세기 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음악의 한가운데 존재해 있으면서 발전해 왔다. 건반으로 연주하는 점에서는 오르간과 마찬가지인데, 오르간이 파이프에 공기를 보내 소리를 내는 기명악기(氣鳴樂器)인데 비해 피아노는 현(絃)의 진동으로 소리를 내는 현명악기(絃鳴樂器)다.
1709년 피렌체의 악기제작자 B. 크리스토포리가 최초로 피아노를 제작했을 때 그는 그 악기를 ‘강약을 줄 수 있는 하프시코드(Gravicembalo col piano e forte)’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여기에서 피아노포르테 또는 포르테피아노라는 이름이 생겨났고, 다시 피아노라 약칭되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18세기 후반부터 피아노가 점차 여타 건반악기들을 몰아내고 왕좌를 차지하게 된 배경에는, 음악의 표현이 자유로운 강약 변화를 중요시하게 된 것과 음악의 장(場)이 한정된 공동체의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 폭넓은 대중으로 가게 되고 따라서 큰 음량을 요구하는 대회장으로 이행했다는 사실에 있다. 현대의 피아노는 19세기 후반에 완성되었는데, 이것은 음량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오르간을 제외하고는 악기 중에서 가장 폭넓은 음역을 가지며 타건(打鍵)의 방법과 페달의 사용에 의해 미묘한 음색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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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구조를 보면 골격을 유지하는 금속제의 프레임이 기본틀을 유지하고 있고 건반을 두드리면 해머가 타현(打絃)을 하게 돼 있다. 이 해머는 현재 일반적으로 단풍나무를 사용하며 음향판에는 흔히 가문비나무를 이용한다. 이 목재들의 재질과 등급 즉, 고급질 여부에 따라 피아노의 명성이 달라짐은 물론이다. 최근에는 현진동을 전기적으로 증폭하는 전기피아노, 전자음의 합성에 의해 인공적으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전자피아노가 있으며 특히 전자피아노는 음악교육이나 대중음악에서도 흔히 쓰인다.
대학교 1학년 시절에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려 한 적이 있었다. 지인의 소개를 받아 강의시간 틈틈이 학교 정문 앞 2층의 피아노교습소에서 의욕적으로 ‘만년(晩年)의 취미생활 확보’라는 목표로 열심히 배웠다. 그러나 바이엘 100번을 막 넘기고 있을 때, 그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수출제일주의에 걸맞는 ‘무역사’라는 제도가 새로 부각되고 이 시험을 치기 위해서는 부득이 피아노 레슨을 단념할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던 것이다.
졸업 후 한동안 잊고 있다 서울 화양리에 본사가 있었던 전자회사 무역부에 공개 채용돼 근무하게 됐다. 피아노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차, 근처에 수도여사대(지금의 세종대학)에 딸려 있는 여러 피아노 교습소가 있는 것을 발견하곤 상사에게 사정해 회사 정문 옆 교습소에 점심시간을 이용해 다니게 됐다. 초심으로 돌아가 즐거운 마음으로 어렵사리 다시 시작했던 이 일도 곧 포기하게 되었는데 그 사정은 이렇다. 그날도 회사식당에서 서둘러 점심을 마치고 교습소로 들어섰는데 입구의 사무실에서 연습방을 배정해주곤 하는 직원들이 아무도 없었다. 급한 마음에 한 연습실의 문을 열었는데, 아뿔사! 여대생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스타킹을 갈아신고 있었던 것이었다. 둘이 동시에 서로 비명을 지르게 되었고, ‘걸음아 나 살려라’하고 사무실로 도망치다시피 오곤 그 이후 교습소에 발을 붙이지 못 했다. 지금 같으면 ‘이것도 인연이네’ 어쩌구 하면서 속된 말로 그녀한테 작업이라도 걸면서 뻔뻔하게 계속 연습을 했을 터인데 말이다.
작년에는 망설임 끝에 드디어 집 옆의 피아노 연습소 문을 내 생애 세 번째로 두들겼다. 이번엔 지속적으로 연습해 끝장을 내리라 마음먹고 집사람에게도 사전 설명을 하고 또 남동공단에서 도금업을 하고 계신 J사장님과 언론사의 H사장님도 끌어들여 피아노 공부를 재시도 했다. 그렇지만 술을 마다않는 세 사람의 주량과 계속 이어지는 업무의 약속들이, 세 사람 모두 1개월을 넘기지 못하게 만들고 말았다. 아니 어쩌면 취미생활 자체를 세 사람이 너무 쉽게 왜곡했거나 아직 준비자세가 안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꾸준하게 제각기 연습을 잘 해 나가고 있는 주위의 여러분들을 보면 그렇지 아니하던가. 차라리 설을 전후해 불어닥친 ‘쎄시봉 열풍’에 맞춰 오늘이라도 피아노 대신 통기타를 잡아보면 어떨까? 그러면 아날로그의 느낌과 감성으로 이 짧게 가는 봄날이라도 즐길 수 있을런지.
2011년 04월 25일 (월) 15: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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