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하늘은 쾌청하고 공기 또한 맑으니…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1. 4.14)
원현린 칼럼 /
하늘은 쾌청하고 공기 또한 맑으니…
지난주에는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온다는 삼짇날과 식목일, 청명, 한식이었고 다음 달 초순이면 24절기 상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입하(立夏)가 들어있다. 주말과 일요일이면 많은 시민들이 산과 들로 나들이를 간다. 만화방창 피어난 꽃들로 상춘놀이 가기에 적격이다. 따스한 봄날이 집안에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필자도 지난 주말 한 산악회에서 해마다 이 맘 때쯤이면 지내는 강화도 마니산 시산제에 다녀왔다. 대자연 속에 들어 느끼는 감흥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음을 느꼈다. 봄날이 가기 전에 아름다운 경관과 시골길을 노래한 몇 가지 시문, 가사구절을 떠올려봄도 좋겠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이날은 하늘은 쾌청하고 공기 또한 맑으며 따스한 바람이 화창하니 우러러 우주의 광대무변함을 보고 굽혀서 만물의 무성함을 살피면서 눈을 돌려 생각을 해보았다. 이렇게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즐거움을 다할 수 있었으니 참으로 족하고 즐거운 일이다.’ - 是日也 天朗氣淸 惠風和暢 仰觀宇宙之大 俯察品類之盛 所以遊目騁懷 足以極視聽之娛 信可樂也.
필성(筆聖)으로 불리는 중국 동진의 서예가 왕희지(王羲之)의 ‘난정서(蘭亭敍)’ 중 일부다. 여기서 혜풍(惠風)은 음력 3월의 따스한 훈풍을 의미한다. 지금이 음력 3월이니 문장이 쓰인 시기가 꼭 이맘 때쯤이다. 요즘 그 옛날 왕희지가 회계산 난정에 모여 난정기 서문을 쓸 때처럼 봄바람이 불고 있다. 이 서예가는 또 ‘많은 현사들이 다 모였고 젊고 나이 든 이들도 모두 모였는데, 이곳에는 높은 산 험준한 봉우리들이 있고 무성한 숲과 길게 자란 대나무가 있다. 또 맑게 흐르는 급류가 난정의 좌우를 띠처럼 둘러싸고 있기에, 이를 끌어 술잔을 띄우도록 굽이치는 물줄기를 만들어 놓고 차례로 줄지어 둘러앉았다. 비록 거문고나 피리를 연주하는 성대함이 없어도 술 한 잔에 시 한 수 읊으니 또한 그윽한 감정을 펴기에 족하다’ - 群賢畢至 少長咸集 此地有崇山峻嶺 茂林脩竹 又有淸流激湍 映帶左右 引以爲流觴曲水 列坐其次 雖無絲竹管弦絃之盛 一觴一詠 亦足以暢敍幽情 - 라고 하면서 필성 특유의 서체로 붓을 놀렸다.
시선(詩仙) 이태백(李太白)은 그의 시문 중 백미(白眉)라 일컬어지는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에서 ‘따듯한 봄날은 아지랑이 피어나는 좋은 경치로써 나를 부르고, 대지는 나에게 문장을 빌려주었노라’ - 況陽春召我以煙景 大塊假我以文章 - 고 읊고 있다. 도연명(陶淵明)도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돌아감이여! 고향의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내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오’ - 歸去來兮 田園將蕪胡不歸 -라고 운을 띄우고 ‘농부가 내게 찾아와 봄이 왔다고 일러 주니, 장차 서쪽 밭에 나가 밭을 일구어 보려 하네’ - 農人告余以春及 將有事於西疇 - 하고 전원(田園)의 봄을 노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 후기의 가사(歌辭)로 알려진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삼월령에서 ‘삼월은 모춘(暮春)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 춘일(春日)이 재양(再揚)하여 만물이 화창(和暢)하니 백화는 난만(爛漫)하고 새소리 각색이라’하여 봄을 예찬하고 있지 그냥 보내지는 않았다.
필자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당시 웨스트버지니아를 관광한 적이 있다. 가수 존 덴버의 노래로 널리 알려진 ‘Take me home, country roads’ - 나를 집으로 데려가줘요, 시골길이여 -. 로 잘 알려진 노래가사의 배경이기도 한 블루리지 산과 쉐난도우 강이 흐르는 곳, 그곳에 가 본 적이 있었다. 그야말로 맑은 물이 흐르고 높은 산이 있었다. 이곳에는 신비롭기로 이름이 나 있는 루레이 동굴도 있다. 동양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마음들은 똑 같은 모양이다. “천국 같은 그곳, 웨스트버지니아, 블루리지 산과, 쉐난도우 강, 그곳에서 오래 살았지 나무보다 오래 산보다 젊게 산들바람처럼 자라며. 시골길이여 나를 데려가 다오, 내가 있어야할 곳으로. 웨스트버지니아, 산과 어머니, 나를 데려다다오 시골길이여…”
노래가사처럼 고향산천은 양(洋)의 동서(東西)와 시(時)의 고금(古今)을 묻지 않고 언제나 우리에게 시골길과 어머니를 생각나게 한다. 모처럼 일상에서 탈출, 내일모레 주말을 이용, 고향에 한번 다녀오는 것도 좋을 성싶다.
2011년 04월 14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