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종이(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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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1. 5. 9)
종이
/723회 조우성의 미추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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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종이난으로 한일 양국이 비상이다. 일본은 도호쿠 대지진으로 제지공장과 창고들이 재해를 당해 인쇄용지와 잉크가 공급 부족이고, 계획정전의 영향도 겹쳐 서적발매 중지나 지연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출판 대기업 고단샤(講談社)는 용지의 3할을 재해지역인 미야기현과 아오모리현에서 조달해 와 종래의 컬러페이지를 대폭 줄이거나 재고가 바닥나면 종이를 바꿔 사용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종이난은 즐거운 비명에 속한다. 작가 신경숙 씨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영역본이 미국에서 출간된 뒤 국내에서 재차 주목을 받아 출판사가 20만부를 새로 인쇄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책의 본문용 종이는 통상 쓰는 '미색모조'보다 다소 거친 느낌을 주는 '이라이트'라는 것인데, 국내에서는 '전주페이퍼'만 단독 생산하는 제품이다. 그것이 최근 품귀현상을 빚어 출판사마다 애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종이의 원재료인 펄프가 주로 나무로 만들어지고, 그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수급 현실을 염두에 두면, 국내 제지의 총 생산량 100만t 가운데 85%를 차지하는 각지의 종이 낭비가 곱지 않게 보인다.
최근 모 지가 내보낸 전지 8면짜리 '수퍼 파노라마 광고'나, 각 지가 앞다퉈 만드는 기사 형태의 선전 특집들을 보면 허울좋은 '알 권리'를 핑계댄 '지구촌 나무 죽이기'라는 생각이 든다. 종이 귀한 줄 모르고 흥청망청 자원을 낭비하는 일은 금물이다. '마분지 공책'도 감지덕지하던 게 불과 반세기 전의 일이다.
/객원논설위원
2011년 05월 0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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