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지킬 '철학'과 '가치'를 보여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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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4.22)
나채훈의 중국산책 /
지킬 '철학'과 '가치'를 보여 달라
4·27 재보선에 여야의 대권주자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잠룡들에게 기회이자 고비로 작용하리라는 전망이다. 강원지사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한나라당 잠룡들 대다수가 일정 부분 재보선 지원효과를 얻게 되리라는 것이며, 분당에서 야당이 이기면 직접 후보로 나선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상당한 입지를 확보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김해을의 경우도 여당이 이기면 총리 낙마의 상처를 딛고 김태호 당선자가 잠룡 대열에 편입될 것이고, 야당이 이기면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으로 대권주자의 역학구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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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광역단체장과 두 국회의원 선거에 이렇듯 내년 말의 대선이 연관되는 까닭이 뭘까. 여전히 우리 정치 지도부에 줄서기, 밀실, 비공개, 무책임의 병폐가 구태의연하게 존재한다는 반증이다. 동시에 진정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없는 구조에서 여야 모두의 한계가 드러났음을 지적할 수 있다. 우선 여당 후보들의 선거 전략에 ‘MB(이명박)’가 보이지 않는다. 중앙당마저 제쳐놓고 지역 공약과 개인 역량으로 승부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도 보인다. 사무총장은 ‘여당 지지자들도 대선 전초전으로 보고 결집하는 양상’이라며 은근히 친박 지지표가 투표장에 나오기를 부추기고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집권당의 ‘여당다운 메시지’가 없다. 야당이라고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여당의 텃밭 지역에서 승부하는 고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당 대표가 홀로 정당색을 드러내지 않고 싸운다. 자신들의 텃밭에서는 아예 민주당 후보가 없다.
이렇듯 여야 지도자가 안 보이는 까닭을 삼국지의 제갈량이 오장원 전투 당시 그의 비서역 양웅에게서 받은 지적으로 풀어보자.
“제가 보기에 승상(제갈량)께서는 항상 장부와 문서까지 친히 살피시는데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저 일을 다스리는 데는 법통이 있으며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할 일이 따로 있어 서로 간섭하지 않는 법입니다. 비유하자면 집안을 다스리는데 있어 법도가 있으니 노복은 농사를 짓고 노비는 부엌일을 해야만 집안이 충실하고 부족한 점이 없어 그 집 주인은 유유자적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인이 몸소 모든 일을 다 간섭하면 몸은 쇠약해지고 정신은 피곤해져 마침내 한 가지도 이루지 못하고 맙니다. 이는 주인의 지혜가 비복들만 못하다는 것이 아니라 집안의 주인으로서 도리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옛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도리를 논하는 이를 삼공(三公 : 오늘의 국무총리와 부총리에 해당하는 신하의 최고위직)이라 하고, 일어나서 실제로 행동하는 이를 사대부(士大夫)라 했습니다. 옛날 병길(丙吉 : 한나라 정승)은 소가 헐떡이는 것을 근심했으나 길바닥에 쓰러져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고, 진평(陳平 : 유방의 측근으로 승상이 되었음)은 황제가 국고 출납의 액수를 묻자 ‘그런 일은 각기 맡아서 하는 담당자가 있으니 그들에게 물으십시오’ 하고 아뢰었지요. 그러하거늘 이제 승상께서 사소한 일까지 친히 다스리고 종일 땀을 흘리시니 어찌 피곤하지 않겠습니까.”
선거란 정치 엘리트들의 경쟁이고 그 경쟁이 제대로 자리매김이 되지 않을 경우에 선거를 치른다는 것 자체가 비판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게 원칙이다. 당당하고 자신의 정체성은 물론 자기를 공천한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는 어떤 시련이 닥쳐도 계속 밀고 가야하는 것이 적어도 투표장에 나설 유권자에게 마땅한 도리가 아닐까. 마치 무슨 브랜드처럼 좀 인기가 없다 싶으면 곧바로 접거나 슬그머니 바꿔버리는 것이 정권의 ‘철학’이나 정당의 ‘존재 이유’일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점에 대해서 여야의 대권주자들은 적어도 경쟁력 차원에서라도 청산과 개혁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마땅하다.
여든 야든 반듯한 국가 발전과 국리민복의 원리를 바탕으로 해야지 선거용 포퓰리즘이나 지도자답지 않게 지원유세한다고 선거판에 나가서 표몰이꾼 노릇하는 것으로 대권주자를 자처하고 재보선에 적당히 영향을 미쳐 ‘좀 재미봤다’는 식이라면 안타까운 일 아닌가. ‘대권주자의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정치엘리트로서의 도리를 잃지 말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2011년 04월 22일 (금)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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