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악(惡)의 기관'인가?(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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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6. 2)
원현린 칼럼 /
'악(惡)의 기관'인가?
감사원이 금융감독원에 청탁을 하고 금감원 간부가 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는 등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면 그 사회는 볼 장 다본 사회가 아닌가. 하라는 감사·감독은 하지 않고 갖은 비리를 저지르는데 앞장서다시피하고 있으니 말 그대로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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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란 어느 기관인가. 감사원은 “바른 감사, 바른 나라”를 스스로 원훈으로 삼고, “국민의 눈으로 냉철하게 보고 국민의 귀로 바르게 듣는 마음가짐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관이 되겠다”며 눈과 귀를 조합한 로고를 상징으로 사용하고있는 감사기관이다. 게다가 조선조 암행어사 제도 하에서 사용되던 마패도 상징물의 하나로 쓰고 있다.
금감원은 또 어느 기관인가. 금감원은 “청렴성과 도덕성을 갖춘 신뢰받는 기구”라고 천명하고 ①비리유착방지 ②청렴성 강화 ③투명성 제고를 주요 임무로 삼고 있다.
두 기관 모두 내 걸고 있는 원훈에 충실히 임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묻지 않을 수 없다. 늘 정관계(政官界) 인사들이 문제다. 언제나 비리가 터질 때마다 “정관계 인사들의 연루를 캐고 있다”, “다른 정관계 인사도 조사 중”, “정관계 인사들에 로비의혹”등의 문구들은 이제 언론의 단골 제목들이 된지 오래다.
그동안 정관계 인사 연루 의혹이 있다하여 수사하여 보면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단 한 번도 “혐의 없음”이었던 적이 없을 정도다.
정관계 인사들이 누구인가. 정치 행정을 통해 나라살림을 이끌어가는 국가의 리더들이다. 이들이 부정과 결탁한다는 것은 나랏일을 돌보지 않고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여념이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제 “감사기관을 감사할 자 그 누구냐?” 라는 물음을 가능케 하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쯤 되면 더 이상 기대고 바랄 곳이 없어진 것이라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게다.
감사원은 헌법기관으로 독립돼 있다. 제대로 감사기능을 하라는 취지에서다. 이와 같은 기관의 감사위원이 부정비리에 앞장서고 있다면 감사원 자체의 존립여부를 논해야 한다. 필요가 없는, 차라리 없어져야 할 ‘악(惡)의 기관’이라 할 수 있다. 바로잡아야 할 곳은 정작 이 기구들인데 누가 어느 곳의 누구를, 무엇을, 어떻게 바로잡고 제자리에 되돌려 놓겠다는 말인가. 이런 사회가 어떻게 경제대국에 올랐으며 OECD가입국이 됐으며 선진국이라 자화자찬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정관계’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고관대작(高官大爵)’이다. 고관대작하면 고대광실(高臺廣室)을 떠 올리게 된다. 곳간 가득 곡물이 넘쳐나고 장롱 속에는 금은보화가 가득 찬 집안을 연상케 된다.
중국 송나라의 명판관 포증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포청천’이 인기리에 방영된 적이 있었다. ‘공정염명(公正廉明)-공평하고 올바르고 청렴하고 밝음-’이라고 쓰인 현판 아래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추상같은 판결로 법치(法治)를 구현하는 통쾌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시청자들은 박수갈채를 보내곤 했다. 과연 우리 사회와 같은 토양에서도 포대인 같은 그런 판관이 나올 수 있을까.
우리는 이제 판관마저 저 멀리 거슬러 올라가 송나라에서 영입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지 않고서는 썩은 부위를 스스로 도려 낼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 역사상 영민한 군주로 일컬어지는 당태종 이세민은 위징, 방현령 등 ‘정관(貞觀)의 치(治)’에 크게 이바지 한 제국 간성(干城) 공신 24명의 초상을 능연각(凌煙閣)에 그려 넣었다. 그리곤 들여다보며 평소의 충언들을 떠 올리며 치국(治國)의 거울로 삼곤 했다.
한 나라의 조정에서 벼슬을 지냈다면 영광스런 능연각 반열에는 올라야 하지 않겠는가. 화가는 있으나 그려 넣을 초상화의 대상인물이 없는 우리 정치현실에 허탈감을 느낀다. 대한민국 온갖 비리의 온상이 정관계라하면 너무 지나친 매도일까.
2011년 06월 02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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