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우리사회 X피아들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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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6. 9)
원현린 칼럼 /
우리사회 X피아들
마피아(Mafia)의 어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중세 후기 수세기 동안 이탈리아 시칠리아가 무법상태에 있을 때 강도로부터 토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부재지주들이 만든 소규모 사병조직 ‘마피에(Mafie)’에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19세기 말 시칠리아 섬을 정복했던 외국인들을 타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밀조직이라는 설이다. 1882년3월30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바레르모에서는 시칠리아 섬을 점령했던 프랑스군의 폭행사건에 항의하는 시칠리아인의 레지스탕스 운동이 일어났다. 이때의 암호가 MAFIA(마피아)였다. 이 암호의 뜻이 “Morte Alla Francia, Italia Anela! - 프랑스인을 죽여라. 이것이야말로 이탈리아의 외침이다!”였다. 머리글자만 모으면 MAFIA(마피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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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설에 의하던 마피아가 갱단으로 변하기 전에는 나름대로 명분이 있는 조직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부산저축은행 금융비리가 터지자 연원(淵源)도 없는 ‘금피아’니 ‘모피아’니 하는 변종 바이러스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금융감독원 인맥을 금피아(금감원+마피아)라 칭하고, 모피아(Mofia)는 재무부 출신 인사를 지칭하는 말로 재무부(MOF, Ministry of Finance 현 기획재정부)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이기에 그렇게 불린다.
이들 인사들은 정계·금융계 등으로 진출하여 산하 기관을 장악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 거대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요즘 물의를 빚고 있는 금피아나 모피아는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사회 깊숙이 독버섯처럼 자랐다. 알려진 것과 같이 금·모피아는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사람, 또는 그런 무리를 일컫는 모리배(謀利輩)와 다를 것이 없다 하겠다.
금융기관 간부들이 모이면 금감원 동창회가 된다는 말도 생겨나는 등 이번 저축은행 사건을 계기로 신조어도 많이 나왔다.
로펌(Law Firm)도 비켜 갈 수 없다. 로펌은 다수의 변호사들이 회사 형태로 만들어 운영하는 전문 변호사 법률사무소다. 변호사들이 전문 분야별로 나뉘어 조직적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이러한 로펌이 본래의 뜻을 망각한 채 고위직 퇴역 공직자들을 영입, 각종 이익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각 부처 대다수의 퇴역 고위 공직자들이 금융기관에 영입되어 후배 공직자들에게 부탁내지 협조를 구하고 있다하자. 사실상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 세상의 눈이다. 퇴역들의 힘은 막강하다. 감찰기관의 감사까지 막으려 하니 가히 마피아 소리를 들을만도 하다하겠다.
은행에 맡겨놓은 돈도 찾지 못하는 서민의 허탈감은 어디에서 메우며, 잃어버린 돈은 어디에서 찾을 수가 있는가. 갈가리 찢겨진 심중은 또 어디에서 치유 받을 수 있을까.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주요기관들이 범죄조직의 이름이 닉네임으로 붙어 다니니 나라꼴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전관예우의 극치는 금감원, 감사원, 검찰 등 일부 고위 간부들의 재빠른 재취업이다. 빠르면 퇴직 이틀 만에 저축은행 등에 감사나 이사 등으로 재취업하는 예가 그것이다. 그 신속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평생을 몸담아온 공직이다. 그런 공직에서 퇴직하면 일정기간 안식(安息)도 필요할 게다. 하지만 한 달 아니 단 일주일의 휴식도 없이 로펌이다 은행이다 하여 새로운 자리로 옮겨 일에 매진한다하니 현직에서도 그렇게 직무에 충실했는지 묻고 싶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나서서 전관예우가 저축은행 비리를 키웠다고 질책하기까지 했겠는가.
우리는 언제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다. 사건이 터지고 나면 허둥대곤 한다. 이번에도 금융비리가 터지자 정부는 이제 와서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전관예우 근절방안’을 마련한다느니 하고 부산을 떨고 있다. 효과를 얼마나 거둘지 실효성이 의문이다. 제도가 갖추어지지 않아 부정이 저질러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금피아니 모피아니 하는 X피아가 사라지지 않고 잔존하는 한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그런 사회 건설은 요원하지 않겠는가.
2011년 06월 09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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