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정승열(65회) 세상사/인천과 스토리텔링(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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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1. 6.23)
인천과 스토리텔링
/정승열인천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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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류백제가 존재했었다는 것, 그 장소가 백제 이름으로 '미추홀'이었으며 광개토대왕의 백제 정벌 후 고구려 이름으로 '매소홀'로 바뀌었고 그 뒤에 '인주'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과정이 삼국사기에 간략하게 나와 있다. 비류백제가 신비 속에 감추어져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없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문학산 일대가 개발 때문에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훼손되어 비류백제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에게 실망감만 심어 주고있다. 그러나 마냥 절망만 하고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아쉽고 억울하다.
야사가 아닌 정사로 언급된 비록 몇 줄 안 되는 빈약한 비류백제이지만 우리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스토리텔링으로 새 옷을 입혀보자. 얼마나 멋진 비류백제가 탄생할 것인가. 물론 스토리텔링에 앞서 훌륭한 문학작품이 먼저 등장해 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스토리텔링 이론과 깊은 연관이 있는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산업화에 이어 도래한 지금의 정보화 시대가 지나면, 다음에 도래할 시대는 문화를 기반으로 마케팅하는 새로운 사회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제 마케팅에서 중요한 요소는 과학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하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 되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래에는 이야기와 꿈이 부가가치를 만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예는 지금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박경리의 '토지'라는 대하소설이 큰 인기를 끌면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마을과 최 참판댁은 많은 사람의 순례지가 되었으며, 지금도 뒷이야기가 수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재미있는 이야기, 이것이 스토리텔링이다.
또 '겨울연가'라는 드라마가 한류바람을 일으키며 전세계에 방영된 후에 남이섬과 춘천시는 국적을 불문한 관광객들의 성지가 되었으며 이곳을 다녀간 관광객들은 스스로 이야기를 창조하여 또 다른 스토리텔링을 생산해 내고 있다.
인천에는 이러한 이야깃 거리가 참으로 풍부한 도시이다. 개항을 비롯한 우리나라 근대사에 최초를 장식한 철도개설 등 많은 사건, 자장면, 고무신, 정미소, 방직공장, 염전 등 인천만이 간직하고 있는 일제 강점기 속에서의 창의력과 생존투쟁 역사, 전쟁의 양상을 뒤집은 인천상륙 작전, 중요 수출항으로 발돋움한 인천항만,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천공항, 그리고 인천대교, 무엇보다도 천혜의 자산인 바다와 드넓은 갯벌 등등. 이 모두가 스토리텔링 대상이며 스토리텔링을 통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고 나아가 인천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을 심어줄 이야기 거리이다.
여기에서 문학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들을 소재로 한 훌륭한 문학작품이 탄생한다면, 드라마가 생긴다면, 영화가 만들어 진다면 스토리텔링은 더욱 풍부하게 이야기를 재생산 할 것이고 인천은 모든 사람의 순례지가 될 것이다. 그때쯤이면 우리는 인천에 대한 자긍심과 수많은 재미있는 이야기, 그리고 꿈을 다음 세대에게 들려주고 있을 것이다.
이미 인천시와 일부 구청에서는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갖고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또 인천에 소재하는 대학에서도 문화콘텐츠학과를 통하여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니 인천의 미래를 창조하는 데 큰 힘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2011년 06월 23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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