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행복의 중심(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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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7. 7)
원현린 칼럼/
행복의 중심
지난 주말 북한산 등반을 마치고 서울 종각에 있는 한 서점에 들렀다. 오래 전에 보았던 것으로 기억되는 독일의 작가 하인리히 뵐의 행복한 어부 이야기가 실려 있는 책이 눈에 띄었다. 저널리스트 울리히 슈나벨이 쓴 ‘행복의 중심, 휴식’이라는 책에 옮겨 있었다. 다시 한 번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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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항구도시에 사는 가난한 어부가 자신의 보트에 누워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그때 이곳으로 휴가를 온 사업가가 아름다운 풍광을 담으려고 사진을 찍다가 어부를 깨웠다.
사업가 ; 하루에 몇 번이나 출어하시오?
어부 ; 단 한 번, 나머지는 이렇게 쉬지요.
사업가 ; 왜 두 번 이상 하지 않소? 그럼 세배로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게 아니오?
어부 ; 그러면요?
사업가 ; 그러면? 그러면 2년 뒤에는 모터보트를 두 척 살 수 있고, 3~4년 뒤에는 두세 척의 보트로 훨씬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죠.
그럼 작은 냉동 창고에 훈제 생선공장, 커다란 생선 처리공장까지 지을 수 있고, 잘만 하면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다니며 물고기 떼의 위치를 미리 어선에 알려줄 수도 있소.
어부 ; 그 다음에는?
사업가 ; 그런 다음에는 여기 이 항구에 편안하게 앉아 햇살아래 달콤한 낮잠을 즐기는 거요. 저 멋진 바다를 감상하면서!
어부 ; 내가 지금 그러고 있잖소! 그 셔터 누르는 찰칵 소리만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이 이야기는 통나무 속에서 생활을 하는 희랍의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소원이 무엇이냐?”고 묻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대왕이여! 지금 왕께서 막고 있는 햇볕을 가리지 않는 것이 나의 소원이오”라고 말했다는 한 철학자와 왕이 나눈 이야기와 모양새가 흡사한 면이 있다.
정복자 알렉산더는 영토 확장의 꿈을 다 이루지 못하고 33세라는 젊은 나이에 “나의 한 손을 무덤 밖에 내놓도록 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 디오게네스도 같은 날 죽었다한다. 왕은 가진 것을 모두 잃었으나 철학자는 잃은 것도 없었다.
왕이 자신의 손을 무덤 밖으로 내놓도록 한 것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던 왕도 세상을 떠날 때는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세인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만족한 상태로 살아가는 것을 행복이라 한다. 사람이 만족을 하려면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바라는 것을 모두 취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욕망을 줄이는 것이다.
인간이 가진 것에 비례해서 행복하다면 국민소득 순으로 나라 국민들이 행복지수가 높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소득이 높은 나라에서도, 사회보장이 잘 된 나라에서도 자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우울증 환자 또한 잘사는 나라 국민들이 빈곤국에 비해서 많다고 한다. 부의 많고 적음으로는 이 같은 현상을 설명 할 수가 없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줄이지 못하고 욕심이 지나쳐 스스로를 망치는 인사들이 많다. 최근 검찰에 출두하는 인사들은 하나같이 남부럽지 않은 권세와 재산을 지니고 넉넉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보인다. 하지만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평생 쌓아온 명예를 하루아침에 잃곤 한다.
더 많이 채우려다 한 방울도 남김없이 사라져 버리는 계영배처럼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까지 하다. 이들에게 있어서는 위의 어부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온 들판을 다 헤매고 돌아쳐도 쉽게 찾지 못하는 것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네 잎 크로버다. 하지만 꽃말이 ‘행복’인 세 잎 크로버는 도처에 널려 있다.
순탄치 못한 세상을 살아가느라 몸도 마음도 지쳐있다. 이제 며칠 있으면 본격 여름휴가가 시작된다. ‘업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쌓인 스트레스도 풀 겸 해서 모처럼의 휴가를 떠나 ‘행복의 중심’에 서보는 것도 좋을 성싶다. 휴가 장소로는 검·경이 다투는 소음도 없고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 대상기관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을 것 같다.
2011년 07월 07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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