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푸른 눈에 비친 조선의 어제와 오늘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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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6.30)
원현린 칼럼/
푸른 눈에 비친 조선의 어제와 오늘
우리는 오래 전 옛날의 모습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기록을 통해 미루어 짐작은 할 수 있다. 100여 년 전 조선을 여행한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비숍은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에서 “조선의 관리에게는 청렴결백의 전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의 선교사 H.B.헐버트도 「대한제국 멸망사」에서 “이 나라에서는 돈과 권력은 사실상 동의어가 되어 있다.”라고 했다. 이 얼마나 부끄럽고 부끄러운 표현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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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우리에겐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지방의 한 은행 비리가 터지자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관계 인사들이 줄줄이 연루되었다는 보도가 우리를 허탈하게 하고 있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사회 저명인사들이 부정한 돈을 받은 혐의로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 있다. 하루 이틀이나 어쩌다 한 두 번의 일이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치자. 하지만 날이면 날마다이니 이제 시민들은 웬만한 범털(돈 많고 지적 수준이 높은 죄수를 이르는 속어) 관련 보도기사에는 무감각해진지 오래다.
온 나라가 거짓과 욕심으로 넘쳐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올바르게 제 자리에 온전히 있는 것이 없다. 시비곡직과 정·부정이 기준이 돼야 하는데도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오로지 자신이 처한 입장과 이익만이 행동 판단의 잣대가 되고 있다.
그저께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그렇고, 일반 의약품 슈퍼 판매 문제가 그렇다. 당연히 전자는 시민의 기본권 보장 등이, 후자는 시민의 건강이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일반 상식이다.
정치행정 어느 곳을 보아도 민생은 실종됐다. 소리 나는 싸움터마다 찾아가보면 도처에서 지역(地域)이기주의이거나 직역(職域)이기주의의 표출뿐이다. 말로만, 겉으로만 국민을 내세우지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민을 그 만큼 가벼이 보고 있음이다.
TV에서 ‘동물의 왕국’을 시청하다보면 사자와 같은 맹수들은 독특한 방법으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고 있다. 동물들은 자신만이 배불리 먹고 살면 그만이다. 금수에게는 인격이고 도덕이고 뭐고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다르지 않은가.
학우등사(學優登仕), 배운 것이 넉넉하면 벼슬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다듬어지지도 않고 갖추어지지도 않은 거칠고 가벼운 상태로 공직을 맡으니 함량미달 공직자가 되는 것이다. 무자격자가 공직에 오르면 그래서 위태로운 것이다.
법률가는 한 나라의 지식인 계층에 속한다. 법률가에게 있어 법률지식에 인격과 덕망까지 겸비하기는 어려운 것인가. 수일이 지난 얘기지만 국내에서 꽤나 알려진 두 법률가가 거액의 변호사 수임료를 받는 조건으로 비리투성이인 한 은행의 금융 사건을 수임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필자는 또 한 번 법률가에 대한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곱지 않은 여론이 일자 곧 사임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름 난 변호사일수록 인격과 거리가 멀다”라고 여겨지는 것은 왜 일까.
새삼 세상의 법조인을 향해 설파한 한 법조인의 경세문구가 떠오른다. 건국 후 우리나라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의 “법관은 비록 굶어 죽을지언정 절대로 부정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말이 그것이다. 이는 법관 뿐 아니라 검사, 변호사 등 전 사법종사자들에게 당부한 일침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평소 두루마기에 고무신을 애용한 그는 법조인들에게 청렴한 자세와 가지런한 몸가짐을 가르치곤 해 왔다.
미국의 저명한 변호사이자 정치가였던 다니엘 웹스터는 “최선의 법률가는 바르게 살고 부지런히 일하고 가난하게 죽는다.”라고 했다. 이 말이 우리에게도 맞는 말인가? 거리가 멀다. 태평양 건너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변호사는 빵을 위해 산다.”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 대학교 로스쿨 면접시험 문제였다.
2011년 06월 30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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