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정부는 지금 고민 중이라고?(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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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7.21)
원현린 칼럼/
정부는 지금 고민 중이라고?
세금 등을 가혹하게 거둬들여 무리하게 백성들의 재물을 빼앗아 못살게 구는 정치적 상황을 나타내는 것을 주지하는 바와 같이 가렴주구(苛斂誅求)라 한다. 나라 살림을 꾸려가려면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민들의 경제 형편을 고려치 않고 지나치게 가계부담을 지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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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행정을 잘못하여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물가가 오르면 공공요금을 인상하여 시민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하는 것은 올바른 정치가 못된다.
삼경(三經) 중의 하나인 시경(詩經) 위풍(魏風)편에 ‘석서(碩鼠 ; 큰 쥐)’라는 시가 나온다.
- 큰 쥐야, 큰 쥐야 / 내 기장을 먹지마라!
삼년이나 너를 섬겨도 / 우리를 봐주는 게 전혀 없구나.
이제 곧 너를 떠나서 / 저 낙원으로 찾아가련다.
낙원이여! 낙원이여! / 우리 살 곳을 찾으리라.-
- 큰 쥐야, 큰 쥐야 / 내 보리를 먹지마라!
삼년이나 너를 섬겨도 / 우리 은혜를 전혀 모르구나.
이제 곧 너를 떠나서 / 저 복된 나라를 찾아가련다.
복된 나라여! 복된 나라여! / 우리 살 곳을 찾으리라.-
-큰 쥐야, 큰 쥐야 / 내 모종을 먹지마라!
삼년이나 너를 섬겨도 / 우리 수고를 전혀 모르구나.
이제 곧 너를 떠나서 / 저 복된 들녘을 찾아가련다.
복된 들녘이여! 복된 들녘이여! / 누구를 길게 탄식케 하리오? -
위에서 ‘큰 쥐’는 말할 것도 없이 백성을 착취하는 통치자를 비유한 것이다. 시경이 중국 고대 시가(詩歌) 집성집임을 감안하면 3천년은 족히 됐을법한 문장이다. 이 시로 미루어 짐작컨대 그 옛날에도 백성을 수탈하는 부정한 조세징수는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국가의 재정은 조세의 수입에 의존 한다. 역사를 보면 우리의 경우도 조세의 횡포가 극에 달한 적이 있었다.
조선시대의 조세는 전세(田稅), 역(役), 공납(貢納)이 있었다. 여기서는 이에 대한 상설은 약하기로 하고 부정한 조세사례 몇 가지를 예시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황폐한 진전(陣田)에 세를 징수한 백지징세(白地徵稅), 횡령한 공금을 보충하기 위한 도결(都結) 등이 그것이었다. 더욱 점입가경이었던 것은 어린아이를 정남으로 편입시켜 군포를 징수하는 황구첨정(黃口簽丁), 60세가 넘은 사람의 나이를 줄여 군포를 징수하는 강년채(降年債), 죽은 사람에게 대하여 군포를 징수하는 백골징포(白骨徵布) 등까지 있었다. 이것도 모자라 조세부담을 견디다 못해 도망가는 경우 그 이웃이나 친척, 동네에 부담시켰는데 이를 인징(隣徵), 족징(族徵), 동징(洞徵)이라 불렀다.
열거한 이 같은 제도들은 가히 가정맹호(苛政猛虎)라는 고사(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사납다는 의미로 춘추 시대 말 공자가 당시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하고 백성들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는 일을 빗대어 한 말)를 연상케 하는 조세 악습들이었다. 이밖에도 소설이지만 ‘춘향전’에 나오는 이 몽룡의 시 중에 “금 술잔에 가득 찬 아름다운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 소반위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는 문장이 보인다. 당시에 가혹한 수탈이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내용이다.
경제가 어렵다.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공공요금 또한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청년실업이 심각한 실정에 와 있다.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지 못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는 청년이 한 둘이 아니다.
이러한 때에 정부가 언젠가 오게 될 통일에 대비, 통일재원을 국민세금으로 충당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 중이라 한다. 찬반양론이 뜨겁다. 재삼 말할 것도 없이 통일 재원은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지금 당장 시급한 현안이 무엇인지…, 고민에도 우선 순위가 있는 것이다.
2011년 07월 21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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