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문화재의 역사성과 가치(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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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8.25)
원현린 칼럼 /
문화재의 역사성과 가치
올 여름 한반도에 내린 집중호우로 온 나라가 수해를 입었다.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었다. 국가적 재앙이 아닐 수 없었다. 일기예보에 의하거나 경험에 의하면 또 다시 가을 태풍이 기다리고 있다. 이 또한 폭우를 동반하는 태풍일 게다. 또 다시 당하고 나면 그 때가서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니 엎친데 겹친 겪이니 하고 또 우리는 다시 한 번 하늘을 원망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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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는 말 중에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단어가 있다. 번연히 알면서도 당하기만 하니 우리에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준비의 정신이 희박한 것이다.
여름철 수재는 해마다 반복되는 연례행사이다시피 하다. 지구촌 기후 변화 탓인지 요 몇 해 들어 부쩍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미리미리 철저히 폭우에 대처했더라면 얼마든지 피해를 막거나 줄일 수 있는 경우들이다.
천재(天災)보다는 인재(人災)가 많다는 분석이다.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대비하는 사전준비 자세가 요구된다.
치산치수(治山治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얼마 전 본란에서 ‘하늘과 벌이는 재앙의 책임공방’이라는 제하(題下)에 강조한 바 있다.
지난 번 폭우피해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났다. 그 중에서도 문화재 소실이 안타깝다 하겠다. 화재로 인한 문화재 소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강원도 강릉 낙산사와 서울 숭례문이 화재로 소실되는 것을 역력히 목도 했다.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폭우로 문화재의 보고(寶庫)로 불리는 강화군 내 문화재들이 지반이 약해지면서 긴급보수가 필요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최근 내린 호우로 전등사 석축과 진입로 등이 빗물에 휩쓸려 나갔으며 사적 제132호인 강화산성 성곽의 일부도 무너져 내렸다. 사적 제133호인 강화고려궁지 외곽담장 30m가 허물어지는 등 계속된 폭우로 문화재를 지탱하고 있던 지반이 물러져 석축 등이 무너졌다.
문화재와 똑 같은 모조 모형은 현대 기술이라면 하루아침에라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역사성이다. 역사는 오랜 세월을 요구하고 있다.
시간이 배어들지 않은 물건은 아무리 모양이 좋아도 역사적 가치는 없는 것이다.
TV에서 ‘진품명품’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것을 보았다. 전문가들은 역사성을 따져 값을 매긴다. 예전에 필자의 은사가 “내 머리는 서울 31빌딩-당시에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빌딩- 몇 개하고도 바꿀 수 없다. 왜냐하면 그 건축물들은 한 두 해나 두 서너 해면 지을 수 있지만 내 머리는 수십 년의 수학(修學)을 통해 형성된 두뇌이기 때문이다”라고 하신 기억이 난다.
오래된 술과 장맛, 친구는 당장에 구할 수 없다. 역사유적도 마찬가지다. 수백, 수천 년이 지난 역사유물은 그 가치가 다르다.
강화도를 일러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칭한다. 강화는 선사시대의 고인돌을 비롯하여 고조선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참성단으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문화재들이 산재해 있는 말 그대로 우리나라 문화재의 보고다.
그곳에 가면 팔만대장경 판각이 이루어진 선원사도 있다. 강화는 고려 항몽기의 임시수도이기도 했으며 근세 들어 병인·신미양요 등 외세의 침입이 있을 때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인 곳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강화에 가면 우리 역사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소중한 문화재를 관리하는데 그동안 지자체가 자체 예산을 들여 관리해온 것이 고작이라니 이해하기 어렵다. 문화재는 그 문화재가 소재한 지방자치단체의 것만이 아니다. 국가의 문화재다.
문화재는 한번 훼손되거나 소멸되면 다시 복원하거나 원 상태로 되돌려 놓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외양만 살려 놓았다하여 문화재가 아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역사성이 있어야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2011년 08월 25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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