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류창현(67회) 인천논단/여행지에서의 아쉬움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1. 8.16)
여행지에서의 아쉬움
/류창현 객원논설위원
북유럽 국가들의 또 다른 특징 중 한 가지는 자전거 전용도로의 철저한 시행이다. 북유럽 어느 나라를 가도 복잡한 도시의 도로에서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설치되어 있고 철저히 운영되고 있다. 누구도 지나가는 자전거에 방해가 돼서는 안 되고 더구나 자동차는 침범할 수도 없는 치외법권(?) 지역이다. 우리는 도심관광을 다니면서 여러 번 현지 안내원들에게서 ‘관광버스에서 내릴 때는 반드시 지나가는 자전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라’는 주의를 많이 받았다. 출퇴근 시간대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하는 관계로 폭 2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자전거도로를 건너 관광버스를 타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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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중국을 갔을 때 거리에서 처음 본 자전거 행렬의 장관을 북유럽에서 다시 보는 듯했다. 이렇게 특권이랄 정도로 자전거 이용자들을 보호하는 이유는 자동차로 인한 도심의 공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정부의 쾌적한 녹색 도시정책 때문이란다. 우리나라 중소도시 규모의 도시보다도 붐비지 않는 상황에서도 공해 없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든 시민이 불편한 부분도 있으련만 자전거 전용도로 시행에 철저히 협조하고 스스로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사회는 왜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해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차도의 일부분을 줄여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가 택시운전자 등과 지역민들의 반대로 제대로 시행도 해보지 못하고 흐지부지 하다가 다시 원상복구하는 바람에 이래저래 아까운 혈세만 낭비한 적이 있었다. 그런 나라에서는 정책결정도 신중히 하지만 한번 결정돼서 시행한 정책을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반대가 있다고 쉽게 포기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북유럽 국가에서 얻은 또 하나 아쉬움은 역사적인 인물의 동상들이 도심광장이나 유서 깊은 건축물과 공공기관 건물의 안팍에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동상들의 주인공의 일생을 듣고 있으면 그 나라나 해당지역, 그리고 해당 건축물에 얽힌 역사를 알 수 있음은 물론 한 개인적인 삶의 사연도 들을 수 있어 여행의 깊이를 더해준다. 그중에 핀란드의 원로원 광장 한복판에는 러시아 황제 ‘안렉산드로 2세’의 동상이 서 있다. 러시아는 19세기 100여년 동안이나 핀란드를 지배한 핀란드로서는 적국인 것이다. 적국의 원수가 핀란드의 중심인 헬싱키에 그것도 원로원이 있는 광장 한 복판에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다.
사연은 이랬다. 알렉산드르 2세의 전임자인 ‘알렉산드르 1세’는 핀란드를 통치하면서 핀란드의 입법권을 정지하고 핀란드군을 러시아 군에 병합함은 물론 러시아어를 핀란드의 공용어로 사용하게 하는 등 핀란드를 러시아화 하려는 의도로 강압통치를 시도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알랙산드르 2세’ 황제가 뒤를 이으면서 핀란드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게 하는 등 핀란드 국민에게 전에 없는 선정을 베풀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연 때문에 핀란드를 가장 오랫동안 지배했던 적국 제정 러시아 황제였음에도 불구하고 1917년 핀란드가 독립국이 되면서도 동상을 헐어버리지 않고 그대로 둠으로써 선정을 베푼 것에 대한 국민적 감사의 표시와 동시에 식민지배를 받은 것에 대한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연을 듣는 나는 인천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장군 동상’을 생각했다. 몇 년전 인천상륙작전을 주도하여 성공함으로써 북한 공산 괴뢰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낸 ‘맥아더 장군’을 한국분단의 원인을 제공한 주인공이라는 엉퉁한 억지를 부리며 자유공원에 세워져 있는 장군의 동상을 파괴하려는 종북세력들과 일부 좌파정치인들의 이해 못 할 행패를 떠올리면서,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편협한 사상과 이념의 틀에 사로 잡히게 만들었을까 하는 해 묵은 의문을 되새겨 보았다.
역사적 사실조차도 제 멋대로 왜곡할 뿐 아니라 자신들의 생각만을 신봉하면서 그것을 반드시 관철하려고 극단적인 행동조차 서슴치 않는 자유 대한민국에서의 겁 없는 좌파적 인물들의 극한 행동을 보면서 당시 인천 지역 시민들은 6·25는 물론 과거 수 많은 북한의 만행을 떠올리고 심리적 불안감을 겪었을 것이다. 왜 우리는 역사를 역사로 보지 못할까? 그것의 결과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역사는 지난 시간의 사실이고, 사실을 사실로 볼 때 역사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나는 핀란드 사람들과 비슷한 생각은 고사하고 엄연한 역사적 사실조차도 제멋대로 왜곡하고 선동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안타깝고 답답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2011년 08월 16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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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창님의 댓글
하늘은 잔뜩 찌푸렸는데도,유교장! 내가슴은 왜이리 시원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