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 문화산책 ▧ 배다리의 보존 이유(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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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1. 8.16)
▧ 문화산책 ▧
배다리의 보존 이유
/이성진 인천영화여자정보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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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가 죽산 조봉암의 흔적이 담겨 있는 곳이라 알려진 것은 올 4월초였다.
죽산의 저서 '우리의 당면과제' 초간본을 촬영하기 위해 KBS에서 배다리 아벨전시관을 방문하였는데 이때 죽산의 수행비서였던 이재윤옹이 제헌의원 인천 을구 출마시 선거본부사무실이 옛 인천양조장 윗집이었다는 말을 하면서부터이다. 그리고 진보당인천시당 사무실이 배다리 삼거리 한사랑약국 앞 건물(현재는 공터) 2층에 있었다는 말을 하면서 배다리가 죽산의 정치활동의 중심지였다는 것을 증언하였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배다리에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역사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만약 배다리 인천양조장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면 죽산의 선거본부사무실이었다는 사실도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배다리 인천양조장이 그대로 있었기 때문에 생생하게 증언할 수 있는 것이다.
이재윤옹은 1948년 제헌국회의원 선거 시절, 선거본부사무실에는 저녁만 되면 선거벽보를 붙이겠다고 자원한 인천고, 동산고 학생들이 북적거렸다고 했다. 수많은 청년, 학생들이 배다리 선거본부사무실로 몰려와 선거운동원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들이 죽산이 제헌의원에 당선된 후에는 의지구락부를 만들어 청년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고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08년 4월 배다리문화선언식 참석을 위해 원로배우 황정순여사가 60년만에 배다리 고향을 방문하였다. 어머니께서 배다리에서 간이식당을 하셨는데 유난히 음식솜씨가 좋아 손님이 많았다고 했다. 우각로를 따라 큰오빠가 위염으로 고생한 자신을 업고 영화학교까지 데려다 주고, 바로 옆에 있는 창영학교로 등교했다고 했다. 그런 큰오빠가 일제말기 징병으로 배다리 집을 나서는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 모습이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자신의 인생멘토였던 큰오빠와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배다리를 잊을 수가 없다고도 했다. 그래서 배다리는 황여사의 배우인생에 큰 자양분이 되었다고 했다.
만약 배다리가 사라져 버렸다면 영화배우 황여사의 어린 시절도 영원히 사라졌을 것이다. 배다리가 있기에 고향 떠난 지 60년만에 찾아와 자신의 역사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이런 역사를 담고 있는 배다리를 둘러싸고 산업도로 개설, 동인천 도시재생사업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배다리 역사문화마을을 만들어 보존해야 한다는 측과 동인천재생사업에 편입해 안락한 주거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측과 산업도로 개설과 도시재생사업 추진을 하고자 하는 인천시가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등 또다른 위기에 봉착해 있다. 현재 배다리가 힘겹게 근현대 흔적으로 담고 있는데 초고층빌딩과 산업도로 개통으로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역사이야기도 영원히 사라질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
아직 배다리에는 숨겨져 있는 역사가 있다. 한국인 최초의 목사 김기범의 장남 김태진이 미국유학 시 도산 안창호선생님과 함께 북미실업(주) 회계를 맡는 등 민족독립운동을 하다가 1921년 귀국했다. 그리고 우각리 79번지에 국산부대리부를 설립해 미주교포에게 국내에서 출판되는 서적뿐만 아니라 생필품을 대행 판매하는 등 미주교포들의 민족운동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 또 1936년 베를린올림픽 손기정 마라톤 일장기 말소사건 주동자였던 이길용기자도 어린 시절과 1920년대 인천지역 청년운동을 전개하던 시절에도 우각리에서 살았다.
배다리를 다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사람이 필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배다리라는 역사문화공간이다. 그것이 먼저 존재해야만 숨겨져 있는 역사도 되살아 날 수 있다. 그래서 배다리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강하게 말하는 것이다.
2011년 08월 16일 (화)
댓글목록 0
劉載峻님의 댓글
역사의 장을 없애기만 하는 게 개발 현대화가 아니요 또 능사가 아닐진데, 농어촌 마을의 불편한 초가집 지붕을 개량 생활의 편리를 얻었다해도 그 초가집 지붕 조차도 아쉬움이 있는데.. 관계 공무원들의 각성을 촉구 한다 좋은 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