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에르메스'(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1. 9. 9)
'에르메스'
/( 774 ) 조우성의 미추홀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 |
||
영국 본머스 시 차민스터로드. 길가에 생각지도 못한 헌옷가게가 있었다. 들어가 보니 수많은 옷이 가지런히 걸려있는데, 할머니 몇 분이 손님을 안내했다. 영국 여행기념이라 여기며 싼값에 헌 점퍼 하나를 샀다.
일요일에는 근처 벼룩시장엘 들렀다. 온갖 잡동사니가 나와 있었다. 물건을 고르는 이들의 모습이 잔칫집에 온 듯 밝았다. 근검, 절약이 몸에 밴 이들의 일상을 엿보며 이것이 이 나라 힘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영국에서의 '헌옷 충격'은 신선했다. 사진에서나 보아왔던 모습-신사복 팔꿈치에 가죽을 댄 것이 멋 부린 남성패션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실감했다. 청바지가 색이 허옇게 바랄 때까지 입으며 당당해 하는 그들이었다.
그걸 무슨 유행의 하나쯤인 줄 알고, 헌 청바지를 비싼 값에 수입해다가 파는 업자나 그걸 입고 재는 젊은이들을 보면 이건 아니지 않는가 싶다. 외국문화를 수입은 했지만, 표피적인 흉내내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며칠 전 신문을 보니 개당 1천만원이나 한다는 명품 핸드백 '에르메스'를 구입하려고 1천명이나 되는 여성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정작 '에르메스' 본사에서는 한국이 왜 이러는가 의아해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회의 한쪽에선 자살자(OECD 최고)가 속출하고, 다른 쪽에서는 명품 사치에 정신이 없는 게 오늘 우리의 우울한 현실이다.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매스미디어가 져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뉴스진행자나 기상캐스터들이 경쟁적으로 벌이는 '패션쇼'와 신문들의 야합적 '명품 소개'는 눈쌀을 찌프리게 한다. 좌절과 현혹의 장은 거두어야 한다.
/객원논설위원
2011년 09월 09일 (금)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