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국해(國害)의원이 불사(不死)인 나라(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1. 9. 6)
나채훈의 중국산책/
국해(國害)의원이 불사(不死)인 나라
“여러분 가운데 강 의원(강용석)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나는 도저히 돌을 던질 수 없습니다. 이미 십자가에 못 박힌 사람에게 또 돌을 던질 것입니까. 김영삼 총재 징계의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 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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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국회의장이었던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이 성경의 요한복음에서 나오는 구절을 가져오고, 1979년 살벌한 유신독재 체제 하에서 야당 총재 YS를 의사당 밖으로 내쫓은 의회 폭거의 사례까지 동원하여 변호한 강용석 의원에 대한 국회 제명안 처리의 모습은 실로 우리를 아연실색케 한다. 강용석 의원이 누구인가?
지난해 7월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대생들에게 “다 줄 생각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하겠냐”,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사모님이 없었으면 번호도 땄을 것”이라는 해괴망측한 망언을 했고, 이를 보도한 언론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큰소리쳤던 이른바 성희롱 발언의 주인공이 그다. 성년의 딸자식 가진 부모에게 이처럼 섬뜩한 사실이 있을까? 아님 소위 끗발이 있고 권세를 가진 집안의 딸들은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취직이 될 테니 그냥 우스갯소리 정도로 치부해도 된다는 건가?
『사기(史記)』에 보면 ‘왕은 술과 음악에 빠졌으며 여자까지 좋아했다(好酒淫樂)’는 구절로 희대의 무도한 임금으로 상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紂王)의 만행을 기록하고 있다.
왕이 아닐지라도 술과 풍악과 여자를 좋아했다고 지탄받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니 왕이었으므로 술과 풍악과 여자를 가능한 멀리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는 해석도 가능함직하다. 하지만 『사기』를 쓴 사마천이 이런 정도조차 몰라서 ‘그 따위의 한심한 자가 다스리는 나라는 망해도 싸다’는 추상같은 필봉을 휘둘렀을까.
김형오 의원의 변호는 한마디로 말해 궤변이고 국민 모두를 성희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성희롱했다. 더 가관인 것은 이 해괴한 변호에 대해 한나라당 의석에서 “잘했어. 살신성인(殺身成仁)했어”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투표 결과는 134명 국회의원이 제명안에 반대했다. 그러니까 이 정도의 사안으로 국회의원을 제명하면 지금의 국회의원 가운데 몇 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말이 된다. 물론 우리 유권자는 도덕을 기준으로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 아니려니와 한 여대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강용석 의원을 매도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강 의원은 사실은 보도한 기자를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했었다. 재판 결과 무고죄까지 추가되어 그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었다. 이후 한나라당은 그를 당원에서 제명하고 국회 윤리특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제명안을 의결하는데 협조했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그들은 초록이 동색임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돌아섰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우리로 하여금 ‘믿을 놈이라곤 없다’는 자조적인 한탄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겨우 서너 달 남은 임기에 목매는 국회의원의 모습에서, 이런 추태를 ‘살신성인’이라고 말하는 그들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도대체 살신성인이라는 그 구절이 그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고 싶다. 아무튼 우리는 이 나라 국회의원의 살신성인과 전혀 다른 살신성인이 값어치 있다고 여기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 자체가 부질없는 것인가. 일찍이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오로지 동이(東夷)만이 대의를 따른다. 풍습도 어질다. 어진 이는 오래 산다. 군자가 죽지 않는 나라다(夷俗仁 仁者壽 有君子不死之國)’이라 했었다.
공자도 ‘중국이 예를 잃었다(中國失禮). 나는 군자불사의 나라인 동이로 가겠다(子俗居九夷)’라고 했다.
군자불사의 나라가 언제부터 ‘의원불사’의 나라가 되었는지 모르나 안중근 의사가 응징한 이등박문의 스승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은 감옥에서 쓴 『유수록(幽囚錄)』에 “러시아나 미국과 같은 강국에 대해서는 신의를 돈독히 하여 우호관계를 맺음으로써 국력을 기른 후에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조선이나 만주를 점령하여 강국과의 교역에서 잃은 것을 약자에 대한 착취로 메우는 것이 상책”이라고 적었다.
엉뚱한 이야기 같으나 바로 오늘의 우리 국회 같은 곳이 있기에 나라 꼴이 이 모양이고 저들이 얕잡아보는 연유일 터이다.
나채훈(중국역사문화연구소장)
2011년 09월 06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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