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수성(守成)의 이치 잊었나?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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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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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채훈의 중국산책 /
수성(守成)의 이치 잊었나?
‘창업자란 들끓는 시대가 배출한 끓어오르는 인물이다’고 했다. 들끓는 시대란 아무래도 짜임새 있는 조직이나 인사 방침은 무시되고 벌거숭이의 인간적인 매력과 과감히 일을 추진하는 박력 같은 것이 통하는 시대일 테고, 끓어오르는 인물이란 개성이 강렬하여 혼자 우뚝 서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열정을 가진 인물.
이 끓어오르는 창업자는 일단 자신이 당대에 일으킨 사업에 기틀을 마련하고 안정된 규모로 성장하면 결코 자신과 똑같은 ‘끓어오르는 성격의 인물’을 후계자로 선택하지 않는다. 부지런히 쌓아 올린 자신의 성공을 인간적 매력이나 박력 같은 데 맡겨서 자칫 본전까지 날려 버려서는 안 된다는 심리인 것이다.
당연히 주의심이 깊고 합리적 성품에 온화한 수성(守成)형 인물을 고르기 마련이다. 물론 우리는 친자(親子)에게 물려주는 전통 때문에 그렇게 되지는 않겠으나 적어도 수성의 인물됨을 고려하거나 그런 교육을 제대로 시켰음직 하다.
일본 리코의 창업자 이치무라(市村淸)는 “나는 오다 노부나가형의 창업자이므로 후계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형의 사람이 적당하다”고 하여 동향의 정치가 타데에게 뒤를 맡겼다. 오다는 흔히 말하듯 ‘울지 않는 새는 죽인다’고 하는 박력형인 반면, 도쿠가와는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대망(大望)형이었다. 그 타데가 이런 말을 했다. “좋은 경영을 하기 위한 원점은 경영에 종사하는 인간의 문제로 귀착된다. 사람이 어떠해야 하는 가를 탐구하는 것이다. 세계 제일의 하버드 대학 비즈니스 스쿨은 사장이 되는 교육으로 종교와 역사, 철학과 예술을 가르친다. 경영 기법 같은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품성이니까.” 그 뒤를 이은 오오우에(大植)는 타데에게서 배운다는 어록집을 소책자로 편집하여 전 사원에게 돌렸다.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뭐냐? 사원의 목을 자르지 않는 것이다. 이 한마디로 족하다. 1천 명, 2천 명 사원의 목을 자르고 경영상의 이유를 들먹이며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변명하는 것은 정말 가소롭다. 진정 중요한 경영자의 자질은 사원의 목을 자르지 않겠노라고 각오하는 것이다.
창업과 수성의 원래 이야기는 당대(唐代)를 창업한 당태종 이세민의 치적을 기록한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오는 말이다. 그때 위징이라는 대신이 이런 말을 했다. “창업의 화려함보다 수성의 건실함이 더욱 어렵다.” 『십팔사략(十八史略)』에 의하면 ‘수성의 어려움을 깨우친 당태종은 앞선 수나라의 폭군 수양제에게 아부했던 수많은 관리들을 죽이지 않고 포용했다. 주위에서 저런 간신배는 모조리 죽여야 한다고 요구했을 때 저들은 충신으로 바뀔 것이다. 내가 충신을 좋아하니까’라고 하면서 포용의 정치를 펼쳤던 것이다. 수성의 후계자는 정말 쉽지 않다. 이런 면에서 최근 한진중공업에서 벌어진 정리해고와 김진숙 씨의 고공 크레인 농성과 연관된 한진의 총수 조남호 회장의 처신에는 분명 많은 뒷이야기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는 얼마 전 필리핀 대통령 훈장, 고려대 경영인 상(賞)을 받아 세간의 이목이 쏠린 적이 있다. 필리핀 대통령 훈장은 수빅 조선소 건설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고, 고려대 경영인 상은 고려대 출신 경영인에게 주는 의미 있는 상이다. 그리고 그는 현 정부 초기 이대통령의 고려대 인맥으로 분류되어 시선을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에게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그가 인천에서 자수성가하여 굴지의 대기업 한진그룹을 창업한 고(故) 조중훈 회장의 차남으로 다른 형제들(4형제)이 모두 미국 대학에서 공부했는데 그만은 국내파라는 사실과 지난 2005년 계열사 분리 이후 수년간 끌어왔던 ‘형제간의 법정 공방’에서 보인 거친 면모 때문이었다. 온 나라가 떠들썩한 50여일 동안 그는 해외 출장이란 이유로 국회 청문회까지 불참했고, 얼마 전 귀국해서는 ‘정리해고를 정당한 경영상의 선택’이었다고 강변하는 강심장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경영의 원점이 경영인의 품성으로 사원의 목을 자르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세라고 했던 일본의 경영인 어록이나, 수양제의 간신배로 지탄받는 인물들조차 죽이거나 쫓아버리지 않고 포용함으로써 중국 역사상 성군(聖君)으로 칭송되는 당태종 이야기를 그 역시 한번 쯤은 들었을 것 같다.
수성의 기업에 진정 무엇이 도리일까? 조남호 회장의 의식 전환을 기대한다.
/나채훈(중국역사문화연구소장)
2011년 08월 19일 (금)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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