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부드러움과 비움’이 진짜 힘이다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1.10. 4)
나채훈의 중국산책 /
‘부드러움과 비움’이 진짜 힘이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유럽 국가에 병(病)이 도졌다. 영국병, 서독병, 프랑스병, 북구병하더니 요즘에는 남유럽병이 돌고 있다. 이 국가병은 나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원인은 비슷비슷하다. 한마디로 꽤 먹고 살 만해지면서 생긴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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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에 대해 베푸는 의료·연금·교육·주택을 비롯해 각종 혜택을 인기 정책이란 이름으로 제공하다 보면 국민을 과보호하는 모성국가(母性國家)가 된다. 하루 세 끼 배불리 먹지 못해 본 세대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지만 꿈이 현실이 되고 보니 재정 부담 문제가 앞을 가로 막는다. 이 부담을 위해서 세금을 늘려야 하는데 ‘부자들에게 감세하여 사업 확장을 도와주면 기업 활동이 왕성해져 고용 창출이 되고…
이들로부터 세금도 쉽게 걷으면서 기업이 일정 부분 베풀어 정부 지출을 줄일 수 있으니 효과적’이라고 여겨 이런 방향으로 나갔던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외국 자본도 들여오고, 국채도 발행하고, 때로는 차관이라는 이름의 빚도 내고…. 결국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데 기대했던 기업들은 감세를 해줘 덩치는 커졌으나 고용 창출은 미비하다. 더구나 일반인들이 세금 부담이 높아지면서 근로 의욕이 떨어지고 불평은 늘어난다. 당연히 국제경쟁력도 떨어지고 경기 침체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마침내 빌린 돈을 못 갚을 지경이 되어 국가가 파탄 지경에 이른다.
이런 질환이 흔히 말하는 유럽 각국의 병이다. 이를 제대로 치료해낸 대표적인 정치인이 영국의 대처 여수상이다. 모성국가의 병인(病因)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절히 메스를 가한 덕분이다. 지금 남부 유럽 국가에 번진 또 다른 병 치료에 독일의 메르켈 여수상의 솜씨가 기대된다는 전언이다.
우리도 요즘 모성국가에 절반쯤은 다가서는 모양새다. 마치 내일 먹을 끼니조차 없는 것처럼 임금 인상 투쟁에 나섰다가 타결된 이튿날 태연히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이 우리 교육의 3대 잣대가 되었다는 우스갯소리가 흘려들을 수 없게 되었다.
중국의 최근 우스갯소리에 ‘노자(老子)와 공자(孔子), 석가(釋迦) 세 분이 환담하고 있는 자리에 등소평이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 공자가 신발을 거꾸로 신고 달려 나와 반겨 맞았다. 공자의 대동사상이 사회주의 유토피아와 다를 바 없고, 공자의 거급평민(去級平民) 사상이 무계급 사회와 다를 바 없다 하여 모택동에 의하여 비판 격하되었던 공자를 복권시킨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노자는 점잖게 한마디 하기를 “내 말귀를 잘 알아들어서 고맙네”라고 했다. 잘 알다시피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20년 초 유럽에서 서양 문명을 반성하는 사조가 유행했을 때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이 중국의 『노자』와 『장자』였다. 특히 노자의 번역본은 독일에서만 60여 종에 달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도 『노자』와 『장자』는 여전히 서양인들에게 물질 문명의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색의 힘을 주는 것으로 인기를 끌었다.
정치 쪽에서는 『노자』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특히 노자가 ‘큰 나라를 다스리는 걸 작은 생선 요리하듯이 하라(治大國 若烹小鮮)’고 가르친 바는 하나의 기준처럼 인식되었다. 나라를 다스릴 때 작은 생선을 굽듯이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해서 생선이 절로 익게 해야지 성급히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 빨리 익게 하다가는 작은 생선이 볼썽 사납게 부스러지게 된다. 특히 경제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는 것이었다. 등소평은 중국 경제를 개발하기 위해서 자유경제구역을 만들어 조급히 행동에 옮겼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노자의 ‘작은 생선 굽듯이 하라’는 말씀을 국정 전개에 있어 항시 유념해서 행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가 개혁을 반대하는 보수파를 설득하고 소외시키는데 무려 17년간 뜸을 들였다는 사실이다.
노자는 부드럽고 약한 것이 동시에 강하고 굳세다고 했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억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柔弱勝剛强)’. 오늘의 유럽 모성국가의 문제점은 바로 조급하고 억세고 강해보이는 치료법 -예를 들어 강력한 리더십과 처방으로 대처하려는 경제 살리기 모습에서 잘 나타난다. 노자는 끝으로 이런 말을 했다. ‘지나치게 강하면 곧 쇠하게 된다.’ ‘부드러움과 비움’의 이치를 새삼 곱씹어 볼 때다.
2011년 10월 04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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