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1. 9.29)
원현린 칼럼 /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완연한 가을이다. “연못가 봄풀들의 꿈이 채 깨어나기도 전에, 뜰 앞의 오동잎에는 벌써 가을 소리가 들리는구나”하고 옛 사람은 세월의 덧없음을 의미하는 문장을 지어 경세(警世)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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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2일 일요일이 노인의 날이다. 가정의 달 5월에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 부부의 날이 들어 있음은 알아도 10월에 노인의 날이 있음을 아는 이는 아마도 드물 것이다. 필자도 달력을 보고서야 생각났다.
최근 들어 부쩍 언론마다 실버세대를 위한 갖가지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실버청춘’이니 ‘인생은 70부터’니 하고 노인들에게 기력을 회복하는 말로 힘을 북돋우곤 한다.
1천200여년 전 당나라 시인 두보의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은 잊혀진지 이미 오래다. 요즈음 노인들의 건배구호에 ‘9988, 234!’라는 말이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한 2~3일 앓다가 4일 만에 죽자”라는 의미라고 한다.
경제의 발전과 의학의 발달로 인간 수명이 늘어 ‘인생 100세’ 시대다. 하지만 상당수의 노인들이 자녀와 함께 살기보다는 홀로 살거나, 살 수 있는 형편에 있다하더라도 자녀와의 동거를 원하지 않고 있다한다. 수도 서울의 조사통계지만 지난해 부부끼리 살거나 혼자 사는 65세 이상 노인 수는 40만200여 명으로 나타났다한다. 이 같은 수치는 10년 전인 지난 2000년의 17만8천여 명보다 123%나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조사에서는 또 ‘혼자 살기 어려울 때 어떻게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 31%가 ‘실버타운 등 노인 전용공간에서 살고 싶다고’고 답해 21%인 ‘자녀와 동거하기를 원한다.’는 답변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매사에는 시기가 있는 법이다. 때를 놓치고 후회하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효도가 그 한 예이다. 부모는 언제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 주자십회(朱子十悔)’에서도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에 뉘우친다.- 不孝父母死後悔-”했다.
진(晉)나라 이밀은 무제로부터 ‘태자세마’라는 관직에 임명되었으나 할머니 봉양을 이유로 사양하였다. 다음은 황제에게 올린 그 유명한 표문, ‘진정표(陳情表)’의 일부 내용이다.
“신은 기구한 운명으로 일찍이 딱하고 흉한 일을 당하여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부친이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신의 외롭고 약함을 가엽게 여겨 몸소 친히 어루만져 길러 주셨습니다. 신은 어려서 질병이 많아 아홉 살이 되어도 걷지 못하였으며, 외롭고 고달프게 살며 성년이 됨에 이르렀습니다. 국은을 입사와 신을 태자세마로 임명하시니 미천한 몸으로 태자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신이 조서를 받들어 달려가고자 할진댄 할머니 병이 날로 위독해질 것입니다. 다만 할머니의 병이 해가 서산에 이른듯하여 숨이 거의 끊어질 듯하옵니다. 신은 할머니가 없었다면 오늘 날에 이를 수 없고, 할머니도 신이 없으면 여생을 마칠 수 없사옵니다. 이것이 그만두고 멀리 떠나갈 수 없는 이유입니다. 신이 폐하에게 충절을 다할 날은 길고, 할머니에게 보답할 날은 짧게 남았습니다. 끝까지 봉양할 수 있기를 원하옵니다.”
표(表)를 읽고 난 황제는 이밀의 효성에 감복하여 노비를 하사하고 군현에서 그의 노모에게 옷과 음식을 제공하게 했다. 후세 사람들은 이밀의 표문을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효자가 아니라고까지 한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자식의 부모에 대한 효와 노인에 대한 공경심이라 하겠다. ‘자욕양이 친부대(子欲養而 親不待)’라 했다. 자식은 부모를 공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2011년 09월 29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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