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산통(算筒)이 정말 깨져야’ 한다면…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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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9.27)
나채훈의 중국산책 /
‘산통(算筒)이 정말 깨져야’ 한다면…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며칠 전 인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인천경영포럼 특강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백령도·연평도·대청도 등 (북한) 포가 바로 나오는 지역에 중국 자본을 유치해 중국인이 좋아하는 카지노를 만들자”고 말했다는 보도다. 이날 김 지사는 “(중국인이) 밤새 (도박을) 하는데 북이 포를 쏘겠는가, 적어도 북한 공격으로부터는 안 맞을 것 같다. (카지노를) 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곳에 카지노를 유치하여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방지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에 이 지역의 한나라당 박상은 국회의원이 ‘서해 5도의 평화’ 방안으로 <카지노 안보론>을 내놓은 바 있었다. 당시 박 의원은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드나들게 돼 북한으로서는 무모한 도발을 감행하려는 시도는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라며 “서해 5도의 주민 경제를 안정시키고 북한의 기습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방법”이라고 주장하여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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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를 정치적·군사적 조치가 아닌 ‘도박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인데 어찌 보면 별로 힘들이지 않고 알 먹고 꿩 먹는 묘책이라 여길 수도 있겠으나 몇 가지 곱씹어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듯 싶다.
우리가 흔히 무슨 일이 글러버렸을 때 ‘산통이 깨졌다’고 하는데 이때의 산통(算筒)은 중국의 오랜 도박성 계기의 하나였다. 한마디로 충실한 계획이나 신중한 방식의 접근이 아니라 사행성에 가까운 계산을 하고 요행으로 해보려는 데서 ‘산통이 깨졌다’고 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국 축구사에 오점을 남긴 승부 조작이 드러났을 때 ‘산통이 깨졌다’는 넋두리를 한 가담 선수가 있었다. 물론 그는 법적 처벌을 받았지만 프로축구를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받아야 했다.
스포츠와 도박의 연관성이 어떤 해독을 끼치는지 그 역사는 매우 길고 질기다. 고대 올림픽이 단절되었던 가장 큰 이유가 도박이 경기 결과에 작용하면서 우수한 선수를 거금으로 사고 팔게 되었고, 도박꾼들은 그들에게 승부 조작을 요구하게 된 까닭이었다. 이런 악습이 널리 퍼지자 스포츠가 가진 본래의 성격이 변질되고 끝내는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밖에 도리가 없었다.
로마의 전차 경기를 비롯해 원형 경기장의 검투도 도박으로 인해 타락했고, 중세 유럽에서 축구나 핸드볼, 테니스 등 경기가 2백년 가까이 법적으로 금지되었던 것도 바로 도박이 경기 결과를 좌우했기 때문이었다.
‘셰퍼드의 추문’은 심판이 어느 한편을 편들어 공정성을 상실함으로써 빚어진 볼썽 사나운 일을 말하는데 이 역시 근본적인 문제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그 최초의 추문이 일어난 것이 1908년 런던 올림픽의 경기 장소 ‘셰퍼드 부쉬’에서 연유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심지어 4백미터 육상 경기에서 미국 선수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1, 2위를 다투자 심판이 “반칙이다. 무효다” 하면서 경기장에 뛰어들어 미국 선수를 가로막기도 했다. 미국은 편파 심판이라고 재경기를 포기함으로써 결승선은 영국 선수 혼자서 달리는 전무후무한 진기록이 세워졌다.
이 같은 ‘셰퍼드의 추문’은 도박이 시합 결과를 조작하여 큰 돈을 벌어들이는 방식과는 약간 성격을 달리하지만 결국 ‘돈’으로 매수되고 그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올림픽 복권이라고 해서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는 국가가 세계적인 스포츠 제전을 치루기 위해 도박성 기금을 모으는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처사이지 이 역시 권장할 일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바다.
당장 눈앞의 효과에 매달려 복권을 남발하다가 사행심이 일반화되면 그때는 건전한 국민정신을 어디서 찾을 것이며 그런 정신 상태로 국가적 발전을 기약할 수 없는 건 너무나 분명한 결말 아닌가. 안보에 있어 카지노를 설치하여 해결해 보자는 발상을 매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질과 어긋난, 그것도 요행수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이 국가 지도자급 인사에게서 마치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나왔다는 데서 간단치 않다는 염려다.
2011년 09월 27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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