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한구(68회) 기고/송도국제병원, 전향적 결정이 필요하다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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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10.17)
송도국제병원, 전향적 결정이 필요하다
/이한구 코텍 회장
동북아 국제비즈니스 허브를 지향하는 송도국제도시에 입주한지 어느덧 3년이 흘렀다. 이제는 송도국제도시 어디서나 이름에 걸맞게 외국인과 마주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국내외 유수의 기업들이 속속 입주하고 센트럴파크, 컨벤션센터, 글로벌캠퍼스, 국제학교 등 하루가 다르게 세계적인 국제도시로 변모해 가는 송도를 보면 정말 흐뭇하다. 우리는 산업용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세계 유수의 GE, 지멘스, NEC 그리고 최고의 카지노기기업체인 IGT 등 글로벌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중소기업이다. 작지만 강한 기업, 실제로 지난 4월에는 관련 제품의 시장점유율과 기술력을 기준으로 지식경제부로부터 ‘월드 클래스 300대 기업’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사업의 특성상 많은 외국 기업인과 투자자들을 만난다. 외국인들과 사업을 하다 겪은 경험을 소개하고 입주기업의 입장에서 송도국제도시에 걸 맞는 외국인 편의시설의 필요성을 언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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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투자를 결정하기에 앞서 고민하는 것은 한결같이 국제학교와 국제병원, 치안 등 외국인 생활환경이다. 송도의 경우 글로벌캠퍼스나 채드윅 국제학교 같은 교육시설과 센트럴파크 등 친외국인 주거환경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고 있고,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안정된 치안은 외국인을 유인하는 데 손색이 없다. 그러나, 외국인을 위한 병원을 얘기하는 데는 많이 위축되고 부끄러움마저 느낀다. 실제로 송도에서 사업을 하면서 병원으로 인해 낭패를 겪은 경험이 있다. 주요 해외 거래처 임원이 매매협상차 우리 회사에 들렀다. 마침 그 임원에게 생선 알러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는 많은 주의를 기울였으나 김치때문인지 문제가 생겼다. 우리는 사색이 되어 인천의 한 병원 응급실로 갔지만 오랜 시간을 기다린 후 겨우 차례가 되었을 때는 정작 말이 통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급기야 서울에 있는 병원까지 달려갔으나 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의사소통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얼마 후 관련회사 엔지니어가 방한했을 때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그는 생굴로 인해 식중독을 일으켰고 이번에는 아예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갔지만 여전히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서투른 영어, 반신반의하는 의사의 처방으로 인해 그 또한 일정을 앞당겨 출국했다. 요즈음도 그들은 만날 때마다 얘기한다. “한국을 여행할 때 반드시 비상약을 챙겨야하고 한국에 가거든 절대로 아프지 말라. 할 수만 있다면 한국에 가지마라.” 그 때의 일들을 농담삼아 얘기하지만 나에게는 비아냥처럼 들려 거북스럽다. 세계적 수준의 의료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체질과 문화에 걸맞는 편안함을 주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도시를 지향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의 생존과 직결되는 국제병원의 설립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분명 외국인 투자자 유치와 경제자유구역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임은 틀림없다. 송도국제병원이 허용됨으로 인해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되고 우리나라의 자랑스런 건강보험제도가 무너질 것이라고 반대한다. 그러나 나는 지나친 우려라고 믿는다. 진정 걱정이된다면 국회도 시민단체도 정부도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워야 하고, 제한된 공간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정책적 판단을 해야하지 않을까. 지난 8년간 제도가 미비해 제대로 된 외국의료기관 하나 설립되지 못한 도시에서 어느 외국인 투자자가 마음을 놓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겠는가? 지금도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곳에 투자를 망설이며 더 좋은 정주환경을 가진 나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다시 한번 중앙정부와 함께 송도국제병원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아무쪼록 송도국제병원이 조속히 설립돼 이름뿐인 국제도시가 되지 않도록 국회나 관련 중앙부처에서 제도개선과 법률 개정을 적극 추진해 줄 것을 희망하는 바이다.
2011년 10월 17일 (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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