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시골 사는 즐거움.
작성자 : 김연욱
작성일 : 2011.10.08 06:29
조회수 : 1,276
본문
제작년이었을까?
청소하다 창문을 내다보니
옆 밭에서 농사짓는 할아버지가
우리 텃밭의 들깨를 베고 계셨다.
들깨 벨 시기가 지났는데 본체만체 하니 직접 나서신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차마 아는 척도 못하겠고
그냥 집에 없는 척 숨어 버렸다.
그렇게 내 들깨는 거둬졌다.
그러고는 서울로 출장을 갔다가 일주일 만에 돌아와 보니
들깨가 쭉정이 채로 버려졌다.
그 정도 마른 들깨는 후두득 바람만 스쳐도
들깨 씨가 다 튕겨져 나왔을 테니
"덕분에 새들이 포식했겠다." 하며 아예 수확의 꿈을 접었다.
사실 수확이랄 것도 없는 적은 규모라
그동안 깻잎 실컷 따 먹은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뒷집 할머니가 호박 한 덩어리와 작은 비닐 봉지를 들고 오셨다.
주신 것을 고맙게 받으려는데
"그 들깨 이 집 거여? 내가 털었어." 하셨다.
하여간 나 때문에 동네 어르신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이웃 농산물을 거둬 가져다 주면서도
들깨 수확량이 적은 것이 미안해
호박을 붙여 오시니 이런 민폐가 없다.
그날 밤,
그것들을 식탁에 올려놓고 오랫동안 흐믓하게 바라보았다.
들깨 농사라고 해 봐야 한 되 조금 넘는 양이지만
내 눈엔 한 말은 돼 보였다.
꼭 내 수확물이어서가 아니다.
농작물 썩어 가는 것을 보지 못하는 마음---!!
그리고 이웃들의 따뜻함.
들깨에는 그런 것들이 담겨 있었다.
유난히도 춥던 그 해 겨울
나는 들깨로 토란국을 끓이고 나물을 볶았다.
그동안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아니 , 내 음식 솜씨로 보아 가장 맛있었다는 장담은 못 하겠다.
그저 아주 따뜻한 음식이었다고 해 두자.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음식의 훈훈한 기운은
그것을 먹는 사람들에게로 퍼졌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감기 없이 그해 겨울을 난 것도
따뜻함을 품은 들깨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그 뒤로도 봄에는 현관 앞에 각종 푸성귀가, 감자 철엔 감자가,
그리고 올 4월엔 송진으로 비싼 옷 다 버려 가며
몰래 우리 집 소나무 전정을 해 주신 우렁 각시 어르신도 있다.
가끔 사람들이 내게 시골 사는 즐거움을 묻는다.
그러면 나는 조용히 미소 짓는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아름다운 초록 물결도 그렇고
남 일에 오지랖 넓은 이웃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좋은 생각 중에서==
청소하다 창문을 내다보니
옆 밭에서 농사짓는 할아버지가
우리 텃밭의 들깨를 베고 계셨다.
들깨 벨 시기가 지났는데 본체만체 하니 직접 나서신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차마 아는 척도 못하겠고
그냥 집에 없는 척 숨어 버렸다.
그렇게 내 들깨는 거둬졌다.
그러고는 서울로 출장을 갔다가 일주일 만에 돌아와 보니
들깨가 쭉정이 채로 버려졌다.
그 정도 마른 들깨는 후두득 바람만 스쳐도
들깨 씨가 다 튕겨져 나왔을 테니
"덕분에 새들이 포식했겠다." 하며 아예 수확의 꿈을 접었다.
사실 수확이랄 것도 없는 적은 규모라
그동안 깻잎 실컷 따 먹은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뒷집 할머니가 호박 한 덩어리와 작은 비닐 봉지를 들고 오셨다.
주신 것을 고맙게 받으려는데
"그 들깨 이 집 거여? 내가 털었어." 하셨다.
하여간 나 때문에 동네 어르신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이웃 농산물을 거둬 가져다 주면서도
들깨 수확량이 적은 것이 미안해
호박을 붙여 오시니 이런 민폐가 없다.
그날 밤,
그것들을 식탁에 올려놓고 오랫동안 흐믓하게 바라보았다.
들깨 농사라고 해 봐야 한 되 조금 넘는 양이지만
내 눈엔 한 말은 돼 보였다.
꼭 내 수확물이어서가 아니다.
농작물 썩어 가는 것을 보지 못하는 마음---!!
그리고 이웃들의 따뜻함.
들깨에는 그런 것들이 담겨 있었다.
유난히도 춥던 그 해 겨울
나는 들깨로 토란국을 끓이고 나물을 볶았다.
그동안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아니 , 내 음식 솜씨로 보아 가장 맛있었다는 장담은 못 하겠다.
그저 아주 따뜻한 음식이었다고 해 두자.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음식의 훈훈한 기운은
그것을 먹는 사람들에게로 퍼졌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감기 없이 그해 겨울을 난 것도
따뜻함을 품은 들깨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그 뒤로도 봄에는 현관 앞에 각종 푸성귀가, 감자 철엔 감자가,
그리고 올 4월엔 송진으로 비싼 옷 다 버려 가며
몰래 우리 집 소나무 전정을 해 주신 우렁 각시 어르신도 있다.
가끔 사람들이 내게 시골 사는 즐거움을 묻는다.
그러면 나는 조용히 미소 짓는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아름다운 초록 물결도 그렇고
남 일에 오지랖 넓은 이웃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좋은 생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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