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이제는 새롭게 시작할 때가 되었다(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1.11. 8)
나채훈의 중국산책 /
이제는 새롭게 시작할 때가 되었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10·26 재보선이 끝난 이후, 세상이 엄청나게 바뀐 듯한 분위기다. 2040세대가 예전의 총선이나 대선, 지난 지방선거와 판이하게 다른 투표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그들의 불안감과 좌절, 그리고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가 표로 연결되었다는 분석인데 여당에서는 당명 개정, 젊을 피 수혈, 현역 물갈이 등이 언급되고 있고, 야당 역시 그들 세대와 소통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뜨겁다. 이런 변화를 보면 정치를 혐오했던 대중이 하루아침에 정치의 복원 중심에 서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과연 정치가 시민의 품에 돌아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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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정부 여당에 대한 반발 투표가 이루어졌지만 이런 표심이 그 반대편에 있는 정당을 지지하지도 않는 구조는 분명 정당정치가 대중의 정치적 요구를 적절하게 재현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물론 장차 정치 판세에 대한 예측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이 낯선 정치 상황의 원인 제공자는 정치 전체이겠으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
인사 때마다 군대도 갔다오지 않고, 위장전입하고, 투기나 했던 사람을 4년 기용하면서 그렇게 끓어오르는 민심과 엇나갔다. 친서민한다고 요란떨다가 뚜껑을 열어 보면 아니올시다였고, 측근들은 지금 돈 받아 챙긴 의혹이 줄줄이다. 여당의 실세 박근혜 전 대표는 신비주의 그늘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이 너무 많은 이 사회의 가진 자’들 편을 묵시적으로 돕지 않았는가 말이다.
- 소득 분배는 공정하고 인간관계는 평등해야 한다는 말 한마디조차 없었던 그들이 이제 와서 ‘정치가 위기다’며 호들갑 떤다고 차가워진 민심이 돌아설까. 박원순이 욕할 자격조차 없는 그들이지만 “피부 관리에 1억씩 쓰지 말라. 안 그래도 당신은 미인이다”고 한마디 할 줄 아는 인물이 있었다면……. 안철수와 조국 교수를 폴리페서라는 가당치 않은 이유로 매도를 하기에 앞서 “그동안 잘못했다. 권력형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진정한 서민 정당으로 태어나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말 한마디만 더 보탰더라면…. 국회의원들 기득권 보장 장치에 불과한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정당공천제를 고집하여 몇 자리 얻은 걸 가지고 “우리는 지지 않았다”는 웃기는 강변이나 늘어놓지 않았다면…. 지금의 정치 현실이 그나마 낯설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간웅의 이미지로 굳어진 조조(曹操)도 관도에서 숙적 원소를 쳐부수고 하북 4개 주를 점령했을 때 다음과 같은 포고령을 내렸다.
- 원씨 부자와 함께 나쁜 짓을 했던 자들도 이제는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롭게 출발하도록 하라(其與袁氏同惡者 與之更始).
일찍이 조조는 건안(建安 : 후한 헌제의 연호) 5년 이전의 과거사를 가지고 문제를 삼는 사람들에게는 그 죄를 반대로 적용하여 엄벌을 내리겠다(自建安五年以前一切勿論 其以斷前誹議者 以其罪罪之)고 선포한 적이 있었다. 이런 조치는 민심을 다독이고, 적이 다스리던 지역의 인재를 얻어 세상을 평화롭게 다스려보겠다는 의지와 다름없었다. 관도싸움에서 원소의 사령부를 점령했을 때 그곳에는 조조 휘하에서 적과 내통한 자들의 문서가 상당수 있었다. 장수들이 ‘이런 죽일 놈들!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울 때 뒤편에서 양다리를 걸치다니…. 모두 일벌백계로 죽여야 한다’며 펄펄 뛰었다. 그런데 조조는 이 문서들을 모조리 불태우라고 했다.
- 원소가 한참 막강했을 때는 나조차 버티기 어려웠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들은 어떠했겠는가?
이런 조조의 모습은 새롭게 시작하는(與之更始) 정신으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조조의 포고령은 계속된다.
- 『논어(論語)』에 이르기를 나라와 고을을 다스리는 자는 백성의 숫자가 적음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평등하지 못함을 걱정하며, 재정이 궁핍함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안정되지 못함을 걱정한다(不患寡而患不物 不患貧而患不安)라고 했다.
아직도 진정한 표심을 헤아리지 않고 맞춤형 공약이나 만들려 하고 희한한 궤변이나 늘어놓는 정치인들 모습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한 대중에게 돌아온 오늘의 정치 한복판에는 그저 낯선 모습만 연장될 뿐 아닐까. 과거를 거울 삼아 정말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 모두들 그리고 모든 것에서.
2011년 11월 08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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