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윤용혁(76회)특별기고/약사법 개정의 부당성을 알리며(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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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1.11.23)
특별기고
약사법 개정의 부당성을 알리며
/윤용혁 인천시약사회 윤리법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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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혁 인천시약사회 윤리법제이사
우리나라는 여타국가에 비해 총기관리가 비교적 잘 된 것 같다. 천만다행이다. 그런데 국민건강을 향해 잘못 겨눠진 자동소총에서 안전장치가 풀려 격발이 이뤄졌을 때 어떻게 되겠는가?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고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굳이 약사법을 개정해가며 의약품 슈퍼판매라는 풀어서 안 될 방아쇠의 안전장치를 해제하려 한다. 의약품 슈퍼판매의 위험성과 그 해악을 가린 채 말이다. 국민의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대원칙이 무시되고 명확히 그어진 선을 따라가지 못한 채 어설픈 시민단체 등 비전문가들이 주창하는 편리성이 안전성을 앞질러 무단횡단 하는 것을 막지 못하고 동조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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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을 입안할 때 비전문가의 의견이 더 강하지나 않은지 의심스럽다. 어제까지는 약의 안전성을 들어 안 된다더니 밥상을 걷어찬 희극성의 한마디에 갑자기 돌변해 국민의 건강을 홀대하고 편리성을 운운하며 달려가는 행태에 개탄이 앞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현장에서 체험해 더욱 잘 알고 있을 모 단체의 동조와 여론에 편승해 약 구입이 불편하다며 해괴한 논리로 설쳐대는 집단들은 뭔가? 해로움을 잘 알면서도 눈을 감고 진정 국민의 편이라 자처하는 건지 의심스럽다.
당번제로 공휴일이나 심야에 약국을 열어도 상당수의 의약품들이 전문 약으로 묶여 있어 의사의 처방 없이는 단 한 톨의 약도 내 줄 수 없는 이 안타까운 현실은 아는지. 예를 들어 처방전 재사용이 불가해 장기복용 하는 약이 급히 떨어져 심야와 공휴일에 환자가 달려와도 현 제도 하에서는 줄 수 없어 원망의 눈초리로 돌아서는 환자의 심정과 그 불편을 헤아려 보았는지 모르겠다. 또 겨우 술 깨는 약 하나 집어 주려고 고급인력이 자정까지 특히 남자약사보다 힘이 약한 여약사들을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문을 열라고 강요할 수 있단 말인지.
약의 특성상 취급과 구입이 어렵고 불편한 것은 당연하다 치더라도 이를 해소하고자 공휴일 당번제와 밤 10시, 11시까지 근무하는 약사들이 많다. 국가가 면허를 준 전문직 중에 이리도 늦게까지 근무하는 전문직은 없다 생각된다. 약사도 대한민국의 국민 중에 하나이고 기다리는 가족이 있고 엄마, 아빠로 또는 자식으로 일상을 소박하게 꾸려가려 해도 상당수의 약사들이 하루 14시간의 근무를 하고 있다.
한국 약사들의 행복추구권이 사치라 치부해도 우리보다 땅덩어리가 너무 넓어 어쩔 수 없이 극히 제한된 약을 그것도 전문약사가 근무하는 슈퍼에서 취급하는 미국의 제도를 굳이 따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안전하다고 입방아를 찧는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이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살 약으로 쓰인다는 사실은, 또 코 감기약 성분 중에 마약으로 치환되는 성분이 있어 이걸 대량구매하려는 시도가 있는 사실은 아는지.
슈퍼에서 약을 판다고 해서 국민이 절실한 의료사각지대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약국이 위험을 감수하며 심야까지 문을 연다고 해서 해결될 사항도 아니다.
그래서 제안하고자 한다. 심야와 주말의 의료사각지대인 진료와 투약의 공백을 메우려면 지방자치단체마다 공공의료센터를 속히 개설하라. 구청이나 보건소에 이를 설치해 돌아가며 동네 의사나 약사들이 참여케 하고 또 공중보건 약사제도도 만들어 활용하라. 가까운 일본도 이를 시행하는데 왜 우리는 이를 하지 않는가. 이건 국민건강에 대한 명백한 직무유기다.
지금 현 실태, 약을 슈퍼에서 쉽게 판매하려는 발상과 경시풍조가 실상은 가장 큰 문제다. 약물의 접근성이 편해질수록 약물의 경시풍조가 만연해 중독자가 늘고 사회적 골칫거리가 되는 사례는 미국이나 독일의 청소년들에게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약의 광고시장이 커질수록 국민이 그 만큼 약을 더 먹게 되는 것은 자명하고 약의 오남용도 자연히 발생할 것이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다. 국민 건강권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의약품 슈퍼판매를 전제한 약사법 개정만큼은 양심 있는 사람들이 막아야 한다. 한번 잘못된 정책은 되돌릴 수 없을 뿐더러 그 해악성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2011년 11월 22일 (화) 14: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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