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백성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1.12.15)
원현린 칼럼 /
“백성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이 물을 내려다보면 자신의 모습을 알 수 있듯이 백성들의 상황을 보면 그 나라가 제대로 다스려지는 정도를 알 수 있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중국 고대 은(殷)나라 탕왕(湯王)의 말이다. 탕도 그냥 나온 말이 아닐 게다. 그는 세숫대야에 ‘日新 日日新 又日新 ; 하루를 새롭게 하고 매일매일 새롭게 하여 나날이 새롭게 하라.’라는 구절을 새겨 놓고 치자(治者)로서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반성하고 수양했기에 이런 경구(警句)를 남긴 것이 아닌가 한다.
게다가 그에게는 양신(良臣)도 있었다. 대신 이윤은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는 백성들을 자식처럼 사랑하고 어질고 현명한 인재를 등용하여야 하옵니다. 힘쓰십시오!”하고 수시로 왕에게 충언을 고하곤 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자의 자세가 수 천 년 전에도 이러했다. 작금(昨今)의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서민 가정마다 생계 빚으로 인해 가계의 주름살이 늘어가고 한숨소리가 멎을 날이 없다. 청년 실업자가 넘쳐나고 자녀가 대학에 합격하였으나 1천만 원 대를 전후하는 등록금은 입학과 동시에 대학생을 채무자로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민생이 고달프다.
이러한 와중에서 며칠 전 무역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달성했다는 소식에 가슴 뿌듯해 한 국민들이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높다고 국민이 행복하고 잘사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보호받지 못하는 나라가 어떻게 잘사는 나라이고 정치가 잘 돼 가는 나라일 수가 있는가. 우리 헌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명문화 되어 있다. 여기서 ‘영토(領土)’의 의미는 광의로는 토지뿐만 아니라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 공해상도 아닌 우리 해역에서 우리 해경대원이 불법어로를 단속하던 중, 중국 어민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우리 해역을, 어족 자원을 지키다가 교전 끝에 숨진 것이다. 전사(戰死)다. 으레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국가는 기껏해야 상대국으로부터 ‘유감표명’을 받은 것이 전부일 것 같다. 사과를 받아낸들 희생자에 대한 무슨 보상이 되겠는가. 늘 당하고 나면 그 때마다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강조하곤 하는 우리 정부다. 소방관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구하려고 불길 속에 뛰어들어 희생을 당해도 좀처럼 처우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나라다.
믿을 국민은 없다. 영토를 지키지 못하고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가 무슨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 함량 미달의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니까 수준 미달일 수밖에 없을게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들이 있다. 짊어진 짐이 무겁다며 앞 다투어 등짐을 내려놓는 집권당의 최고위원들, 벤츠 검사, 스폰서 검사, 막말 판사, 성공사례비를 받는 변호사, 게다가 재벌가들의 횡령 기타 등등이 그것들이다. 이 뿐인가. 국회 회의장 내에서 체루가스가 난무하고, 공중부양 묘기가 연출되는 나라다. 임기 말이 다가오면서 터져 나오는 대통령 측근·친인척 비리 등도 포함된다.
또 다시 찾아온 이합집산(離合集散)의 계절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자 합당이니 재창당이니 하고들 정객들이 이리재고 저리재고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이 가관(可觀)이다.
내년도 총선 불출마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의 불출마 또한 그들만의 이유를 끌어다 붙이고 있다. 쓰러져가는 담장을 떠받치고 세우려 하지는 않고, 앞 다투어 압사가 두려워서인지 너도나도 도망치기 바쁘다. 사퇴의 변(辨)들은 하나같이 “국민들께 죄송하다”이다. 언제나 국민을 위한다면서 죄송할 짓은 왜 했는가. 누구를 향해 사과하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사과 받을 국민들은 한 사람도 없을게다. 그들이 말하는 국민은 없다. 국민의 무게가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다. 차라리 정치인들에겐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고 말함이 어쩌면 솔직한 말인지도 모른다. 회의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에겐 민주주의를 할 자격이 있는가?
/주필
2011년 12월 15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