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미물도 가슴 아픈 건 똑 같다.
작성자 : 김연욱
작성일 : 2011.12.05 04:38
조회수 : 1,278
본문
위태위태하게 버티던 팔순의 어머니가
기어이 병원 신세를 지셨다.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야윈 몸으로
어떻게 그 긴 세월을 견디셨나 싶어
가슴이 아릿했다.
어머니는 20년 동안
손자 둘을 데리고 가정을 꾸려 오셨다.
둘째 며느리를 먼저 모내고
다 당신의 죗값인 양
어린 손자들을 거두어 입히고 먹이셨다.
손자들을 맡고부터 남세스럽다며
마을 경로당에도 나가지 않으셨다.
오직 손자들에게 생활을 맞추셨다.
몸이 약해 몸져눕는 게 연례행사였는데
농사일까지 시작하셨다.
손자들을 학교에 보내고
하루 종일 흙과 씨름을 하셨다.
그렇게라도 해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손자들 걱정을 물리치실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서 이번 봄에 어머니 품을 떠났다.
첫째는 대학에 들어갔고 둘째는 입대했다.
이것저것 챙겨 손자들을 보낸 이튿날
어머니가 덜컥 쓰러지셨다.
온 몸에 기운이 죄다 빠져나간 것 같다고 하셨다.
아내 말이 아무래도 어머니가
손자들을 보내고 허전하셔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를
데려다 주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혼자 계시는 것보다
강아지 재롱이라도 보면
덜 외로우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얀 강아지 한 마리를 안고 갔다.
어머니는 강아지 재롱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냉장고를 열어
강아지가 좋아할 만한 것을 챙겨 주셨다.
얼굴도 어린아이처럼 밝아지시는 듯해
돌아올 때쯤 넌지시 말을 꺼냈다.
"어머니 강아지 놓고 갈게요.
어머니가 키우세요.
외로움을 덜어 줄 거에요."
어머니는 물끄러미 강아지를 바라보다
등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말씀하셨다.
"아니다. 그만 데리고 가거라."
"아니, 왜 그러세요? 강아지 좋아하시잖아요."
"내 나이 팔십인데
아무래도 내가 이놈보다 먼저 죽을 거 아니냐?
내 죽고 나면 혼자 남아 정 못 떼고 허둥댈 생각하니----."
"아니, 뭘 그런 거까지 생각하세요."
"그런 거라니? 그런 말 마라.
미물도 가슴 아픈 건 똑 같단다."
나와 아내는 아무 소리 못하고
강아지를 안고 쫒기듯 집으로 돌아왔다.
==좋은 생각 중에서==
기어이 병원 신세를 지셨다.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야윈 몸으로
어떻게 그 긴 세월을 견디셨나 싶어
가슴이 아릿했다.
어머니는 20년 동안
손자 둘을 데리고 가정을 꾸려 오셨다.
둘째 며느리를 먼저 모내고
다 당신의 죗값인 양
어린 손자들을 거두어 입히고 먹이셨다.
손자들을 맡고부터 남세스럽다며
마을 경로당에도 나가지 않으셨다.
오직 손자들에게 생활을 맞추셨다.
몸이 약해 몸져눕는 게 연례행사였는데
농사일까지 시작하셨다.
손자들을 학교에 보내고
하루 종일 흙과 씨름을 하셨다.
그렇게라도 해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손자들 걱정을 물리치실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서 이번 봄에 어머니 품을 떠났다.
첫째는 대학에 들어갔고 둘째는 입대했다.
이것저것 챙겨 손자들을 보낸 이튿날
어머니가 덜컥 쓰러지셨다.
온 몸에 기운이 죄다 빠져나간 것 같다고 하셨다.
아내 말이 아무래도 어머니가
손자들을 보내고 허전하셔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를
데려다 주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혼자 계시는 것보다
강아지 재롱이라도 보면
덜 외로우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얀 강아지 한 마리를 안고 갔다.
어머니는 강아지 재롱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냉장고를 열어
강아지가 좋아할 만한 것을 챙겨 주셨다.
얼굴도 어린아이처럼 밝아지시는 듯해
돌아올 때쯤 넌지시 말을 꺼냈다.
"어머니 강아지 놓고 갈게요.
어머니가 키우세요.
외로움을 덜어 줄 거에요."
어머니는 물끄러미 강아지를 바라보다
등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말씀하셨다.
"아니다. 그만 데리고 가거라."
"아니, 왜 그러세요? 강아지 좋아하시잖아요."
"내 나이 팔십인데
아무래도 내가 이놈보다 먼저 죽을 거 아니냐?
내 죽고 나면 혼자 남아 정 못 떼고 허둥댈 생각하니----."
"아니, 뭘 그런 거까지 생각하세요."
"그런 거라니? 그런 말 마라.
미물도 가슴 아픈 건 똑 같단다."
나와 아내는 아무 소리 못하고
강아지를 안고 쫒기듯 집으로 돌아왔다.
==좋은 생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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