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극장국가(劇場國家)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2. 1. 4)
극장국가(劇場國家)
/( 822 ) 조우성의 미추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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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권력이 군대, 경찰, 관료 등 강제적인 힘을 독점하는 데서 얻어진다고 했다. 반면에 미국의 인류학자인 클리퍼드 기어츠는 주기적이고 의례화된 '대공연' 자체도 정치권력이라고 보았다.
기어츠는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소국 '네가라'를 예로 들면서, 왕은 제작자 겸 주연, 사제는 연출자, 백성은 관객인데 수천, 수만 명의 인원과 막대한 재원을 쏟아붓는 국가 최대 행사는 다름 아닌 왕의 장례식이라고 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장례식, 기념식, 성지 순례 등이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이자 국가의 존재이유라는 것이다. 그것을 떠받치는 것은 만들어 낸 신화(神話)라는 게 '극장국가론'의 핵심이다.
지난달 29일 눈발이 흩날리는 평양에서 대대적으로 거행된 김정일의 장례식 역시 "상징과 의례를 통해 정통성과 권위를 재생산하면서 백성들의 '동의'와 '동원'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극장국가'를 연상케 했다.
그런가 하면, 고대 이집트 같은 왕조에서 행해졌던 지도자의 미라 보존이 사회주의 국가들에 의해 행해지는 것도 별난 전통이다. 레닌, 모택동,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도 사후까지 '상징 연출'에 동원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과연 21세기에 그 같은 미라 보존과 죽은 지도자의 배지 달기, 대규모 군사 페레이드, 군중들의 한밤 횃불시위, 맘모스 아리랑 축전 등을 펼쳐 정치권력을 유지하려는 '극장국가' 식 노선이 계속 유효할지는 의문이다. 제작자 겸 주연이 역할을 그만 두거나 대본을 혁명적으로 바꿔 백성이 주연이 되게 하는 것만이 그나마 무대라도 살리는 길이 아닐까 싶다.
/객원논설위원
2012년 01월 0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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