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효(孝)의 석금(昔今)(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2. 1.26)
원현린 칼럼/
효(孝)의 석금(昔今)
효도 효(孝)자는 회의(會意) 문자다. ‘늙다’의 노(老)와 자식을 뜻하는 자(子)가 합쳐져서 ‘孝’라는 글자가 되었다. 자식이 노인을 받들어 봉양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효도란 뜻을 나타낸다고 옥편은 풀이하고 있다. 사전에는 또 ‘노(老)’라는 글자에 대해 ‘늙어서 머리털이 변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일흔 이상의 늙은이라는 뜻을 나타낸다.’라고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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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인간을 포함한 만물의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순환이다. 지난 설 연휴기간 고향을 찾아 차례를 지내고 성묘도 하였을 것이다. 조상의 뿌리를 찾아 간 것이다. 깊게 파인 조부모, 부모님의 얼굴과 손등의 주름에서 세월의 덧없음도 느꼈으리라.
사회가 각박하다고들 한다. 세상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효’의 의미도 변해가고 있다. 더 이상 ‘孝’라는 글자를 자식이 어버이를 받들어 공양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대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유교의 경전 중 하나인 <효경(孝經)>에는 우리가 주지하고 있는 효(孝)에 관한 문장이 나온다.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를 함부로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요. 몸을 일으켜 도를 행하고, 후세에 이름을 드날려 부모를 나타나게 하는 것이 효도의 마침이라. -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
부모의 은혜가 한량없이 크고 깊음을 가르치는 경(經)에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이 있다. 여기에는 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때 3말8되의 응혈을 흘리고 8섬4말의 혈유를 먹인다고 했다. 이럴 진대 부모의 은덕을 생각하면 왼편 어깨에 아버지를 업고, 오른편 어깨에 어머니를 업고, 살갗이 닮아서 뼈에 이르고 뼈가 달아서 골수에 이르도록 수미산을 백천번 돌더라도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고 했다.
그 어떠한 서적에도 부모 은혜를 표현하는데 부모은중경에 나타난 표현보다 더한 최상급의 표현은 없을게다. 하지만 세월 따라 이제는 이 같은 고전(古典)들도 시들해진 한갓 고전(枯典)이 되어 서재에 사장(死藏)되어 버린 지 오래다.
때맞추어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며칠 전 한 통계가 나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1’에 나타난 조사결과를 보면 ‘자녀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에 동의하는 비율이 1998년 89.9%에서 2010년엔 36.0%로 12년 새 54%p나 급격히 떨어졌다.
또한 ‘자녀와 같이 살고 싶다’는 비율도 2002년 53.0%에서 2010년 29.0%로 부모를 모셔야 한다와 함께 떨어져 8년 사이에 24%p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한다.
경제성장과 의학의 발달로 인간수명 100세 시대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는 이제는 옛말이 되어 버렸다. 수명은 느는데 노인들은 홀로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갈수록 독거노인들이 늘고 있다. 지난 설 연휴 동안 생활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이 편의점에서 떡국 대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걱정되는 것은 당연히 노인들의 경제력일 게다. 발 빠른 상혼들은 이미 ‘100세 보험’ 상품들을 내놓고 고객유치전을 벌이고 있다한다. 이에 따라 노후를 준비하는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오래 사는 것은 분명 모든 인간이 바라는 바 소망이다. 오래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 아니다. 아프지 않고 사는 것이 진정 잘사는 것일 게다. 질병에 시달리는 노인들은 “골골 10년은 ‘참살이 인생’에서 마이너스 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 자라 어른 되고 어른 늙어 노인 된다. 필자는 언젠가 한번 노인들이 모여 말하는 것을 들었다. 자녀들이 어렸을 적, 엄마 품에서 옹알이를 하고 재롱을 부릴 때 부모는 한없이 즐거웠다고, 자식은 이미 그것으로 효도는 다 한 것이라고, 그러니 더 이상 자식에게 기댈 생각은 말라고 한 말이 정초부터 떠올라 씁쓸하기만 하다.
/주필
2012년 01월 26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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