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란도셀'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2. 1.20)
'란도셀'
/( 829 ) 조우성의 미추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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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의 추억을 담은 수필 가운데는 학교 가는 길이 멀었다던가, 운동장 가에 늘어선 느티나무가 엄청 컸다는 식의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그렇게 느꼈기에 그리 적은 것이리라. 그러나 실상은 상당한 차가 있다.
필자도 그같은 착시현상을 체험했었다. 나이 들어 가 본 모교 송림초등학교의 교문 앞 계단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이렇게 작았던가 믿기지가 않았다. 추억이라는 미약에 홀렸던 것이려니 하면서도 당황했었다.
4학년 때까지 어깨에 메고 다녔던 4각형 가방도 꽤 무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꺼운 소가죽 위에 큰 장미꽃 한 송이를 깊게 눌러 찍은 모양이 늘 멋있다고 여겼다. 그 이름이 '란도셀'이란 것은 장년이 돼서야 알았다.
원래 '란도셀'은 네덜란드 군인의 배낭을 가리키는 말 란셀(ransel)에서 비롯됐다. 명치시대 육군 준사관 등이 사용하던 것을 관립 초등학교인 학습원에서 채용했고, 이토 히로부미 황태자에게 헌상하면서 널리 퍼졌다.
그것이 일제강점기에 허리춤의 보자기를 누르고 일반화돼, 오늘날까지 초등학생용 가방으로서 절대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네덜란드-일본-조선으로 이어진 변형된 습관의 관성이 놀랍기도 하고, 또 섬뜩하기도 하다.
그에 대한 반성인지, '란도셀'을 대신한 신제품이 속속 등장했다. 이름도 '초등생 백팩' 또는 '학생가방'이라 고쳐 불렀다. 그러나 사실은 불필요한 기능만 덕지덕지 붙여놓은 어색한 변종들이었다. 값도 천정부지다.
모 회사 제품은 무려 29만 원이라 한다. 명품에 휘둘려 지구촌의 웃음거리가 된 기성세대들이 제 자식들도 허황된 '명품족'으로 키울 모양이다.
/객원논설위원
2012년 01월 2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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