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역주행(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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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2. 2. 8)
역주행
/( 836 ) 조우성의 미추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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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개봉한 일본영화에 <철도원>이란 것이 있다.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이 키 큰 미남배우 다카쿠라 켄과 청순형 여우 히로스에 료코를 옛 탄광마을 호로마이에서 역장과 그의 딸로 나와 열연케 한 화제작이다.
주인공 다카쿠라 켄은 군 장교를 연상케 하는 철도원 복장을 차려입고, 그 제복이 부여하고 있는 임무를 추호의 의심도 없이 수행한다. 온 종일 승객 몇 명이 오르내릴 뿐이지만, 그는 도착과 발차시간을 엄히 지킨다.
그것이 수십 년 간 그가 그 자리에서 한 일이었다. 하지만 임무 때문에 그는 딸과 아내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다. "난 철도원이니까, 집안 일로 울 수도, 자리를 비울 수도 없어요……" 그가 울며 한 말이다.
폐선 통보까지 받은 보잘 것없는 간이역 역장이지만 나는 최후까지 내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융통성 없는 비정한 가장의 인생사 속에는 군국주의의 우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공직자로서 자기 직무에 대한 자부심과 업무 수행의 엄정성 등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도 없을 듯 싶다. 폭설이 내리는 한 겨울, 묵묵히 열차를 기다리며 우뚝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품어왔던 공직자상이 아닐까?
이쯤 이야기하다 보니 정차할 역을 지나친 것을 뒤늦게 알고 기관사가 대형참사를 각오하며 거꾸로 되돌아간 우리 지하철이 생각난다. 승객이 내려달란다고 역주행을 한 일도 있다니 얼마나 인간적인가? 하긴, 요즘 거꾸로 달리고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치인은 그렇다 치고 법을 다루는 판검사들까지 역주행해 큰 문제다.
/객원논설위원
2012년 02월 0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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