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기문(70회) 시론/법관의 양심, 보통인의 양심(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2. 3.19)
시론/
법관의 양심, 보통인의 양심
/이기문 변호사·전 인천지방변호사회 회장
어느 새 법정에 출입하며 재판사무를 해온지도 만 27년이 다 되어간다. 청년 시절엔 법정에 출입하면서 당시 법관들의 위엄과 존엄에 대하여 퍽이나 경의를 가졌었다. 하지만 시국사건재판을 두고 벌어지는 법관들의 무소신과 나약함을 경험하면서부터는 법관들의 위엄과 존엄성에 대한 존경심은 전보다 많이 약화되었다. 그런데, 세월이 더 지나 내 자신이 60을 바라보면서 법정에 드나들면서 부터는 법관의 양심에 대하여는 자괴감까지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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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과 검찰에 대한 국민여론도 최근에 와서 많이 변하기 시작했다. 언론도 법관의 양심에 대하여 공격적인 논조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최근 전관예우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논리로 다시 공격하기 시작하고 있다.
법관의 상식과 인격은 일반 사회의 상식과 인격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생각해온 터이다. 하지만 재판을 함에 있어서 일반당사자나 형사피고인들의 상식을 기준으로 사건을 판단해야 하는 원리를 법관들에게 바꾸라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엔 법정에서 법관이 당사자나 피고인들에게 ‘그게 말이나 되느냐?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갈하면서 재판을 하는 법관을 보게 된다. 이러한 법관을 볼 때마다, 한숨 섞인 자괴감이 든다.
보통사람들의 지능과 인격 그리고 상식은 법관들의 지능과 인격 그리고 상식과 비교해 차이가 남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 ‘그게 말이 되느냐?’고 법관들은 당사자들을 야단친다. 법관의 지식과 인격 그리고 상식 속에서는 말이 안 되는 소리라도, 통상의 보통인들에게는 말이 될 수 있는 사연은 얼마든지 있는 데도 말이다.
얼마 전 대법원장이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법관의 양심은 사회와 동떨어진 것이 되면 곤란하다”, “사회의 일반적인 상식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는 기준을 법관의 양심이라고 포장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던 적이 있다.
사회의 일반적인 상식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는 기준이 법관의 양심이며 법관의 상식이라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법관의 상식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는 기준이라도 일반적인 상식에 비추어서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들은 우리 사회에 비일비재하다.
법관이 자신의 지능과 상식에 비추어 사건을 판단하면, 오판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진실이다. 그 진실을 찾아내서 당사자나 형사피고인들의 입장에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법관은 찾아내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법관들이나 보통의 사람들이 납득할 수 없는 유별난 법관 개인의 독단을 그 법관의 양심이라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장의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양심’과 ‘상식’이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양심은 일반적으로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전인격적 도덕의식을 말한다. 그리고 상식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을 의미한다. 따라서 법관의 상식과 법관의 양심, 그리고 일반 보통인의 상식과 양심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양심은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상식은 사회적이면서도 역사적 특성을 지닌다. 동양에서의 상식과 서양에서의 상식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이 그 예이다. 그러나 동양인이든 서양인이든 인간으로서의 양심은 개인적이기는 하지만 보편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상식은 서로 다르다. 법관의 상식과 일반인들의 상식은 차이가 난다. 물론 보통 사람들이 납득할 수 없는 법관 개인의 독단이 그 법관의 양심이라고 대변될 수는 없지만, 그 법관의 양심은 그 법관이 가지고 있는 상식과는 차이가 나야 한다. 법관의 상식을 가지고서가 아니라, 일반인들의 상식에 비추어 해당 사건이 얼마든지 형사피고인이나 당사자들을 이해할 수 있는 법관이라야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법관의 상식, 즉 직업적 양심이 한국 사회 구성원 전체의 상식과 결코 동일 할 수 없다. 그리고 법관의 직업적 양심이 실제로 판결을 받게 되는 일반인의 깊은 내면에서의 양심과 서로 차이가 나는 경우, 법관은 자신의 양심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양심을 기준으로 해서 판단해야 명 판결을 내릴 수 있다.
2012년 03월 19일 (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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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혁님의 댓글
이기문친구가 이야기하면 무조건 맞는말이라 나는 생각합니다...국민위에 군림하는 사법부에서 국민의생각으로 판결하는 사법부로 거듭 나야 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