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인간이 땅을 소유한다?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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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2. 5. 8)
원현린 칼럼 /
인간이 땅을 소유한다?
한(漢)나라 건국 초기에는 진(秦)왕조의 피폐한 상황을 그대로 이어받았으므로 장년 남자들은 군대에 입대하여 전쟁을 하고 노약자들은 군량을 운반하느라 사회생산은 거의 정지된 지경에 이르러 물자가 매우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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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천자(한고조 유방)가 타는 수레조차도 같은 색깔에 맞추어 4필의 말을 구비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공경대신과 장군들도 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일반 백성에게 비축된 물자라곤 조금도 없었다.
이같은 경제난을 타개하기위해 법령을 간소화하고 금령(禁令)을 대폭 줄이자 상도(常道)를 벗어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들이 풍부한 돈과 재물을 가지고 시장의 물건을 사재기하는 바람에 물가가 크게 올랐다.
고조는 상인들이 비단옷을 입거나 수레를 타는 것을 금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재산을 많이 가진 자들에게 조세를 무겁게 매겨 그들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영을 내리기도 했다.
지금이 어느 시기인가. 국가 경제는 여전히 어렵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로 분류되는 부류들은 개인의 영달과 이익을 추구하느라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가진 자의 횡포가 말이 아니다. 재벌(財閥)이 땅을 구입했다함은 그 땅의 운명은 곧 파헤쳐질 위기에 처했다고 보아야 한다. 콘도다, 팬션이다, 골프장이다 하여 위락시설이 들어설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그러잖아도 개발광풍에 밀려 온 나라의 땅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전 국민이 3수까지 해가며 2018 강원도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을 때, 재벌 등 일부 가진 자들이 오로지 경기장 인근의 땅 매입에만 몰입하고 있었음을 생각하니 국민들은 그저 허탈할 뿐이다.
수만 년 내려온 산자수려한 강원도의 고산준령이다. 이제 그 풍광 좋은 자연경관이 재벌의 손에 넘어갔으니 산수(山水)로서의 생명이 끝나가고 있다고 보아도 결코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자본주의 나라라 해도 이것이 가진 자의 권리인가. 지나친 재물 욕심을 부리지 말 것을 가르치고 있는 갖가지 경구를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가진 자의 소유 욕망이 해도 해도 너무 지나치다.
재벌 총수들도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유치 활동에 앞장섰던 것으로 알고 있다. 반드시 유치해야만 하는 이유가 평창에 사 놓은 땅값이 올라야 하기 때문이었나? 늦었지만 이제 와서라도 그 순수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자연의 아들이다. 땅에서 나서 땅으로 돌아간다. 그런데도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 인간들이 끝없이 땅을 가지려 한다. 인간이 어떻게 땅을 가질 수 있을까. 사람이 땅을 소유한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곳에 욕심을 부리고 있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는 옥중에서 지은 ‘춘망(春望)’이라는 시를 통해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 ; 나라는 망했어도 산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라고 표현했다. 시인의 문장처럼 나라는 수없이 흥하고 망하곤 해 왔어도 이 땅의 산하는 예와 다르지 않고 그대로 있어 왔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니 3만 달러 진입을 눈앞에 두었느니 하지만 전반적으로 경제가 불황이다. 실업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고용시장의 전망은 암울하다. 이러한 때에 들려오는 재벌들의 축재 소식은 우리에게 크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국내 굴지 재벌가의 재산싸움 소식까지 더하여 들려오고 있다. 인간의 무한 욕망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신의와 의무를 저버리고 신뢰를 배반하는 계층의 사람들이 너무 많다. 기본이 안 돼 있는 인간에게, 행위의 준칙이 되는 보편타당한 법칙, 다시말해 도덕률을 지키라고 하는 것이 너무 지나친 주문일까…
전개되고 있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자니 역겹기만 하다. 산은 차라리 산속에서 도(道)를 닦는 구도자(求道者)의 것이거나 노루·사슴·다람쥐의 것이다. 경관을 파헤치는 재벌의 땅이 아니다.
/주필
2012년 03월 08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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