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베이징과 서울의 거리를 보다 좁혀야(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2. 4.24)
나채훈의 중국산책 /
베이징과 서울의 거리를 보다 좁혀야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올 연말에 차기 권력자가 정해지고 내년 2, 3월에 권력 이양이 이루어지는 우리와 중국이 수교 2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권력 변동의 유사점만큼이나 양국은 긴밀히 연결된 부분이 많고, 한편으로는 지리적 거리에 반비례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향후 두 나라 관계에 어두운 그림자도 나타나고 있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우선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도 묘한 기류가 흐른다. 양국이 합의한 기념행사는 약 45개. 수교 40주년을 맞는 중국과 일본의 행사 3백 개에 비하면 너무 조촐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으나 무엇보다 행사의 격(格)이 떨어지고 있다는 문제가 더 커 보인다. 수교 15주년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참석했는데 이번에는 지난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개막 행사에 중국 측 차관급 인사가 참석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처음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핵안보정상회의에 방한한 시점을 이용해 격을 높이려고 했던 우리 측 희망사항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무엇이 후 주석의 개막 행사 참석을 뒤틀리게 한 것일까. 그 배경에는 요즘 한국 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인식과 성토하는 분위기가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최근 5년간 상당히 나빠지고 있다. 호감이 간다고 했던 20%(2005년 조사)가 12%(작년 조사)로 줄었고, 중국이 싫다는 24%(2005년 조사)는 6년 사이에 40%로 크게 뛰었다. 지난 해 중국의 불법 어로를 저지하던 과정에서 해양경찰이 피살되고, 탈북자에 대한 강제 북송으로 성토 분위기가 높아진데다 이어도 관할권 제기 등등 좋지 않은 일이 연달아 발생한 점을 빼놓을 수 없겠으나 아무튼 우리 인식에서 중국은 점차 싫어지는 나라가 된 것은 사실이다.
최근 베이징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보시라이(薄熙來) 사건’도 양국 관계에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권력을 사유화하면서 불법 도청을 자행하여 국가 지도자들의 기밀을 탐지, 이를 이용해서 인터넷 사이트와 해외 언론을 통해 원자바오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을 무능한 지도자로 공격하면서 장차 권력을 장악하려고 당·정·군·기업계·학계에 광범한 세력을 규합했음은 물론, 애정 편력과 재산의 해외 도피(약 1조4천억 원 규모), 해외 유학 중인 아들 보과과(薄瓜瓜)의 방탕한 생활까지 낱낱이 폭로되고 있음은 세계의 언론이 앞 다투어 보도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보시라이의 정부(情婦)로 알려졌던 다롄 TV 방송의 유명 여성 앵커 장웨이제(張偉傑)의 실종 사건이나 전 다롄 부시장 위안센첸(袁憲千)의 자살한 딸 사건도 그렇고 보시라이 부인과 깊은 관계를 맺고 해외 재산 도피를 돕다가 독살당했다는 영국 기업가 헤이워드의 사건도 곁들여지고 있다. 이런 보도는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중국 당국이 보시라이를 지지하는 잔존 세력을 일소하기 위해 계속 스캔들을 터뜨리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중국의 국내용일 뿐 우리나라 언론을 비롯 해외 언론들이 이를 대서특필하면서 마치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부패하고 권력 남용을 일삼으며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킨다거나 자녀들에게 온갖 특혜를 주는 것으로 보도하는데 대해 상당히 불손한 의도라고 본다는 점이다.
‘보시라이 대신에 이름을 끼워 넣어도 될 인사들이 베이징에 적지 않다’는 투의 보도가 중국 당국의 심기를 크게 건드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물론 우리 서울의 권력자들은 얼마나 깨끗할까 하는 지적도 할 수 있겠으나 그 문제는 법치(法治)가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인치(人治)가 판치는 중국의 문제이지 우리와는 상관 없는 일인데도 말이다. 마치 남의 흠집을 과장 보도하는 것처럼 여기는 중국의 모습은 딱하다. 그들의 이런 태도는 언론의 자유롭고 공정한 보도 기능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중국의 언론 현실과도 관련이 깊다. 그들은 중앙은 중앙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정통성 확보와 선전활동을 위해 관영매체를 동원하는 체제다. 지금까지 언론은 인민을 상대로 한 선전 무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아무튼 요즘의 베이징과 서울의 관계는 수교행사처럼 매끄럽지도 못하려니와 몹시 불편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중국 없이는 살기가 어려워진 현실이지만 우리는 중국이 중요하면 할수록 나름대로의 의존이나 배타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서로 떳떳하고 호혜평등의 관계를 맺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과 인식 변화가 새삼 요구된다는 현실을 바라보았으면 한다.
2012년 04월 24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