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연표(年表)(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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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2. 4.23)
연표(年表)
/( 868 ) 조우성의 미추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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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인천사 연표를 만든 것은 개인적 필요에 의해서였다. 글을 쓰다 보면 정확한 연대나 날짜를 알기 어려웠고, 그 시대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나름대로 대충이라도 알 수 있을까 해서였다. 용감한(?) 출발이었다.
퍼스널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았고, '엑셀' 같은 프로그램의 존재조차도 모를 때여서 카드 한장에 연월일, 간략한 기사를 일일이 적기 시작했더니 몇 해 안 가 카드가 수천매를 넘었다. 후에 그걸 원고지에 다시 옮겼다.
인천지역사 연구의 선구이셨던 고 박광성 교수(인하대 사학과)께 원고를 직접 뵈올렸더니 과찬의 말씀을 해 주셨다. 용기를 내 그를 보완해 출간한 것이 '20세기 인천문화생활 연표'였다. 딴에는 꽤 공을 들인 거였다.
그러나 '세상만사 모를 때 용감하다'고. 허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항목 선정 자체가 예리한 역사의식이 필요했고, 인근 분야에 대한 식견과 지역사를 꿰뚫어볼 수 있는 시각이 있어야 함을 후에야 겨우 알게 되었다.
사건들을 날짜별로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희열을 느끼던 40대 때를 생각하면 요즘 얼굴이 뜨거워진다. '연표'가 그것으로서 '길잡이'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준열하게 항목을 선별, 수록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스스로에게 그 보정(補正)작업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던 터였다. 무엇을 기록하고 남긴다는 것의 두려움을 뒤늦게 느끼기 시작한 일종의 자각 때문이었다. 고희가 되기 전에 그런 시간과 출판여건이 주어진다면 천행이라 믿겠다. 말이나 글이나 일단 세상에 토해낸 것은 그렇게 쓸어 담기가 난감하다.
/객원논설위원
2012년 04월 2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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