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지용택(56회) 칼럼/자연과 중생을 헤아리는 마음(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2. 5.29)
자연과 중생을 헤아리는 마음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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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4월 초파일 무렵이면 항상 부처님의 말씀을 다시 생각해보곤 합니다. 오늘날 매일 매일을 피로의 연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덕이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참상을 보신다면 부처님은 뭐라고 말씀하셨을까?
중국 당나라 선(禪)불교의 전성기를 열었던 육조(六祖) 혜능(慧能) 선사는 "네가 중생을 안다면 네가 곧 부처니라(識衆生者 見佛)"고 일갈했습니다. OECD 평균을 능가하는 과중한 노동시간에 시달리며 피곤에 지친 시민들, 일자리를 찾아 거리를 헤매야 하는 젊은이들이 오늘날의 중생입니다. 재벌들이 자신의 친족들에게 일감을 몰아주어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자포자기 해야 하는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깨닫고 중생들과 함께 하려한다면 이것이 곧 자비의 실천이요, 이것이 곧 부처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생과 함께, 중생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질곡을 벗어나도록 함께 노력해주는 것은 속세를 등지고 출가한 스님들도 실천해야 할 보살행일 것입니다. 물론 타락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스님네들도 사람인지라 여가 시간에 화투놀이를 할 수도 있고, 이것을 질타만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세속의 고통 속에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 눈에는 이것이 곱게 보일 리 없습니다. 더군다나 평소 불교 공동체가 대승(大乘)불교의 정신을 입으로만 옮길 뿐 실천하지 않는다고 보아온 사람들 눈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내 발이 딛고 있는 상황과 자연을 하나로 생각하는 불교의 상징물 중 하나가 불교의식에 반드시 필요한 불전사물(佛殿四物)입니다. 불전사물이라면 법고(法鼓), 목어(木魚), 운판(雲版) 그리고 범종(梵鐘)을 말합니다. 불교의식에선 먼저 법고를 칩니다.
가죽을 가진 모든 짐승들을 위해 북소리가 사찰 경내에 널리 울려 퍼지듯 불법(佛法)의 진리가 중생의 마음을 울려 깨우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법고의 몸통은 나무로 만들고, 음양의 조화에 어긋나지 않게, 두드리는 면을 한 쪽은 수소, 다른 쪽은 암소 가죽을 사용하며, 나무로 된 두 개의 북채로 마음 심(心)자를 그리며 두드립니다.
목어는 물 속에 사는 모든 중생을 제도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물고기 모양의 법구(法具)로 육지에 오르지 못하고 바다에 사는 모든 생물들에게 부처님의 법어를 내리는 것입니다.
또한 물고기는 밤낮으로 눈을 뜨고 있으므로 수행자도 이처럼 언제나 깨어서 불법을 닦으라는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그 다음으로 운판을 칩니다. 뭉게 구름 형태의 청동 혹은 철로 만든 법구인데, 허공을 떠도는 영혼을 천도하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모든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범종을 칩니다. 범종은 불교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법구로 지옥의 중생을 제도한다고 하여, '종소리가 지옥까지 울려 퍼지라'라는 뜻에서 종 입구가 아래를 향하고 있으며, 그 소리를 들은 중생은 바른 깨달음을 이루어 극락왕생한다고 합니다. 범종은 치는 횟수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데, 부처님으로부터 6조 혜능까지 이어진 법맥이 28명이란 뜻에서 28번, 불교의 세계, 곧 33천을 의미하여 33번, 백팔번뇌를 벗어나라는 뜻에서 108번을 칩니다. 이것은 제 길을 가라고 온 인류에게 경종을 울리는 법어입니다.
이처럼 불교는 사람만이 아니라 삼라만상 모든 자연의 생명체, 돌 하나, 흐르는 물에서도 생명의 기운을 느끼고 사람과 동등하다고 여기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우리에게 주고 있으며 이것이 불교의 세계관입니다. 오늘날 생존과 더불어 생태계를 함께 걱정하는 인류에게 부처님은 불전사물을 통해 벌써 2천여 년 전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법어를 주셨는데 미욱한 사람들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여겨 이를 파괴로 대처해 왔다는 사실을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 우리는 마음으로부터 불교의 위대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자연과 중생을 헤아리는 마음, 그것이 곧 부처님의 마음입니다.
2012년 부처님 오신 날에.
2012년 05월 2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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