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성군(聖君)’ 대망하는 심정을 헤아려야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2. 5.29)
나채훈의 중국산책 /
‘성군(聖君)’ 대망하는 심정을 헤아려야
동북아시아 역사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성군(聖君)의 통치시대’에 대한 관심이 올 하반기에 지도부 교체를 앞둔 한·중 양국의 국민들 마음속에 뜨거워지고 있다. 새누리당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남경필 의원은 지난 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대선 승리를 눈앞에 와 있는 걸로 착각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면 결과는 필패다. 거침없는 변화와 도전으로 젊은 세대에 호소하고 중도의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대안 세력을 표방하며 ‘새누리 진보모임’을 꾸리기로 한 그가 중도개혁 노선을 실천할 방도를 제시한 것은 기대되는 바이지만 ‘친서민’과 ‘공정사회’를 부르짖던 MB정부의 술수를 겪은 후라 의심되기도 한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와 손잡은 정두언 의원은 “현재로선 중도개혁이란 방향성만 있는데 재벌 개혁과 중소기업 상생문제를 비롯해 조세·재정·노동 분야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다짐도 했으나 아직도 강자(强者)를 위하고 약자(弱者)들이 더 큰 피해를 보는 정책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의 현실에서 얼마만큼의 역할을 해낼지 의문이다. 상식과 민주에 역행하는 특권 세력이 도처에 군림하다시피 하고 있으니 말이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치부(致富)를 권장하면서도 균부(均富)를 추구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중국을 G2로 올려 놓았지만 그쪽의 특권층이 우리와 비슷한 형태로 부(富)를 나눠 갖고 있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외신보도는 ‘마치 전리품처럼 축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 공산당의 원로나 고위층의 자제로 이루어진 특권 그룹 태자당이 ‘돈 되는 일’이라면 어디든 빠지지 않는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아들 장몐헝(張綿恒)은 상하이 연합투자(SAIL)의 대표로 있는데 최근 상하이에서 약 3천8백여 억원이 드는 중·미 합작영화제작소(스튜디어) 건설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원자바오 총리의 아들 원윈쑹(溫雲松)은 지난 2월 연 매출 1조8천억 원의 아시아 최대 위성통신업체 중국위성통신 회장에 취임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아들 후하이펑(胡海峯)은 2010년까지 공항·해관·지하철역 등에 설치되는 엑스레이 검사 장비를 공급하는 칭화퉁팡의 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 사장을 지냈다. 권력 서열 2위인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사위 펑샤오둥(馮紹東)은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가 중국 최대 공상은행(工商銀行)의 25조6천9백억여 원짜리 상장(上場)에 주간사가 되도록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리펑 전 총리의 딸 리샤오린(李小琳)은 중국전력국제유한공사 사장, 주룽지 전 총리의 아들 주윈라이(朱云來)는 국영 중국국제금융공사의 회장, 석유·에너지의 대부로 꼽히는 쩡칭홍 전 국가부주석의 아들은 호주에 351억 원짜리 호화주택을 구입하여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렇듯 태자당이 중국의 주요 업체 요직이나 지분을 차지하여 엄청난 부를 소유하는 것이 결국에는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될 가능성이 크려니와 중국 개혁의 최대 난제가 될 것이라는데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주류(主流) 특권층만 이러한가? 우리의 주류도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공동체(共同體)에 대한 희생과 헌신을 눈 씻고 찾아보기 어렵다. 그들의 사익(私益) 추구는 벌써 특권 집단화된 지 오래고 부패의 온상이나 다름없을 정도다. 마치 99개를 갖고 있으면서 하나를 더 가져 100을 채우려는 탐욕스런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공동체의 비전과 미래보다 개인과 가족의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은 그쪽이나 우리 쪽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
여기서 성군 출현의 갈망은 양 국민 모두 절실해진다. 제나라 정승 관중은 일찍이 ‘창고가 차면 예의와 절도를 알고, 의식이 풍족하면 영광과 수치를 안다. 군주가 한도를 지키면 육친이 단결하고, 사유(四維)가 펼쳐지면 군주의 명령이 행해진다’고 하여 필선부민(必先富民)에 ‘사유’를 꼽았다. 이는 예의염치, 예절과 의로움, 곧음, 수치심을 말한다. 예절이란 절도를 넘지 않는 것이고, 의로움이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것, 곧음이란 자신의 잘못을 숨기지 않는 것, 수치심이란 남의 잘못된 점을 따르지 않는 것을 말함이다. 모름지기 이 ‘사유’를 솔선수범하는 것이 지도자의 마땅한 도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진보니 보수니 개혁이니 하기에 앞서 성군 출현을 소망하는 서민의 간절함부터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2012년 05월 29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댓글목록 0